[데스크 시각] ‘재돌’ 보호대책 서둘러라/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재돌’ 보호대책 서둘러라/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입력 2010-10-13 00:00
업데이트 2010-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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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해안가의 부채꼴 모양 주상절리(柱狀節理), ‘재돌’에 관한 기사(서울신문 10월7일 자 20면)가 나가고 난 뒤, 부산 부경대학교의 김영석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진광민 연구원 공동 명의의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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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올 초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재돌이 이미 2002~2003년쯤 김 교수에 의해 발견됐고, 일련의 연구 과정을 거쳐 올 초 지질학 관련 학술대회에 처음으로 재돌의 존재와 관련한 논문이 보고됐다는 것이다. 또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것인 만큼, 관광자원화와 보존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이 서둘러 수립되어야 한다는 당부도 담겨 있다.

발견 시기나 형성 과정 등 지엽적인 부분에서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에 응해 준 장윤득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나 메일을 통해 ‘재돌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일부 해소해 준 김 교수 등은 재돌의 재평가와 관광자원화에 대해 한결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국내 유일은 확실하고, 이런 현상을 기록한 다른 나라의 연구 논문 등도 찾아 보았으나 아직까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단언했다.

학계에서 이처럼 재돌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형태가 매우 독특하기 때문이다. 용암이 식으면서 생기는 주상절리는 말 그대로 기둥(柱)의 형태(狀)를 띠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재돌의 경우, 형성과정에 ‘특수한 환경’이 개입하면서 부채꼴 형태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좀 더 세밀한 학술조사가 진행돼야 밝혀지겠지만, 김 교수는 형성 당시 용암과 해수면 높이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됐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쉽게 말해 용암이 흐르다 파도에 의해 측면부터 식으면서 현 모습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러 상황을 돌아볼 때 재돌이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남은 것은 재돌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이를 공유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재돌의 실체를 밝히고, 이에 대한 개발과 보존 대책을 세워야 할 경주시의 자세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듯하다.

현지에서 느낀 읍천리 주민들의 기대는 컸다. 재돌을 관광지로 키우겠다는 경주시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데 더해, 재돌 등 잘 발달된 동해안 주상절리군을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 일궈 나가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지질학과 여행이 결합된 ‘지오 투어리즘’(Geo Tourism)이 여행의 새로운 조류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을 ‘지오 파크’(Geo Park)로 조성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의 체감온도는 이와 차이가 있다. 시의 몇몇 부서 관계자와 통화를 해봤으나, 현재로서는 ‘계획’ 수준이라고만 밝혔다. 행정절차란 게 통상 현지 실사와 예산 수립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보면, 사실상 조만간 보존과 개발 대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경주시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학계의 주장에 대해 정교한 검토도 해야 하고,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도 해야 한다. 다만, 아무런 보호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현 상황만큼은 어떤 방식으로든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재돌이 아직은 건강한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참에 재돌 맞은편 해안 절벽에 있다는 동굴의 존재 여부도 확인이 돼야 한다. 주민들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긴 하나 조사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몇몇 마을 어르신들은 어린 시절 동굴에서 비를 피하거나 불을 피우며 놀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돌의 형태상 바닷속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로 생긴 것이 아닌 다음에야, 용암이 뭍에서 바다로 흘러간 자취가 동굴로 남은 것일 수도 있지 않겠나.

angler@seoul.co.kr
2010-10-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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