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아남은 자의 아픔도 우리 몫이다

[사설] 살아남은 자의 아픔도 우리 몫이다

입력 2010-04-08 00:00
수정 201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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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에서 생존한 장병들이 어제 사고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사 당시의 엄청난 충격을 말해주듯 아직 휠체어를 탄 장병들도 있었고, 상당수는 사고 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국가공동체의 안녕은 누군가의 소리 없는 헌신이 없으면 결코 지켜질 수 없다. 서해바다 뱃머리가 아닌 기자회견장에, 군복 대신 환자복을 걸치고 선 천안함 생존자들이야말로 잊고 있었던 그런 자명한 명제를 새삼 일깨운 셈이다.

생존 장병들의 회견으로 천안함 침몰 전후 상황에 대한 일부 의혹이 불식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단체로 환자복을 입고 나와 회견을 하게 만든 불신의 벽이 안타깝다. 이번 회견으로 실종자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가슴이 다소나마 진정되길 바란다. 국군수도병원 측에 따르면 다수 장병들은 여전히 불안감과 불면증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동료들을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둔 채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도 무관치 않을 게다. 온 국민이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예우 못잖게 살아남은 이들의 상처도 보듬어야 할 이유다.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는 북한의 소행이라거나, 배의 노후화가 빌미가 됐다는 등 설만 난무할 뿐 아직 무엇 하나 시원히 밝혀진 게 없다. 까닭에 진상이 규명되기도 전에 섣부른 책임론을 제기해 사후수습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될 것이다. 더군다나 불의의 일격에 따른 급박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침착하게 대응한 장병들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행여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무심코 올리는 인터넷상의 댓글 한 구절로라도 이들에게 정신적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자중해야 마땅하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안정과 치료를 위해서 군당국이 총체적 관리에 나서야겠지만, 국민적 성원도 절실하다. 그들이 뱃전이나 격실에서 쓰러졌을 때 우리가 함께 살면서 지켜나가야 할 공동체도 상처를 입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유사시 제2, 제3의 한주호 준위로 부활할 만큼 육체적·정신적 상흔을 온전히 치료했을 때 나라의 안보도 반석에 올라설 수 있지 않겠는가. 그들이 늠름하게 서해바다로 복귀할 때 상처 입은 우리의 자존감도 치유되고, 마침내 대한민국호도 안정된 항로를 되찾게 될 것이다.
2010-04-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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