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는 투자 청구서, 中은 반도체 추월… 韓 정치는 ‘태평’

[사설] 美는 투자 청구서, 中은 반도체 추월… 韓 정치는 ‘태평’

입력 2025-02-25 00:08
수정 2025-02-2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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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관세 흥정 “투자 늘려야 특급대우”
여야 반도체법 처리 없인 ‘윈윈’ 공염불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최 회장이 이끄는 경제 사절단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기업당 최소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이상의 대미 투자 요청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특파원단 제공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최 회장이 이끄는 경제 사절단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기업당 최소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이상의 대미 투자 요청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특파원단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한국에 노골적으로 기업당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이상의 ‘투자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관세를 앞세운 통상 압박이 날마다 더 거세진다.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반도체의 기술 수준은 2년 만에 급기야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25% 이상의 관세 부과를 이미 예고한 마당이다. 사면초가라는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닌 상황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국 경제 사절단과 만난 자리에서 대미 투자를 많이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억 달러 이상 투자하면 전담 직원을 배치해 심사 허가 등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100억 달러 이상 투자하면 그 이상의 특급대우를 하겠다고 한다. 대미 투자액을 늘리면 늘릴수록 통상 절차에 있어 그에 상응하는 ‘패스트트랙’을 밟게 해 주겠다는 흥정인 셈이다.

우리 기업들의 선택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에너지 등 한미 간 협력 산업에서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미국 현지 공장 증설 등 대미 투자를 확대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이미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무엇보다 발등의 불이다. 관세를 앞세워 한국 등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공장을 유치해 중국과의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더 노골화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전문가들의 설문 결과까지 나왔다. 반도체 수출로 겨우 지탱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는 심각한 악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그제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 대상 설문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조사에서는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등 3가지 기술이 앞섰다고 봤지만 2년 만에 모든 분야에서 뒤집혔다.

미국의 관세 공세, 중국의 기술력 추월 사이에서 K반도체는 새우등 상황일 수밖에 없다. 핵심 인력 유출은 속수무책 이어지고 미중 간 인공지능(AI) 경쟁에 따른 제재 등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지금 뭘하고 있나. 야당의 반대로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정치만 천하태평인 형국이다. 내일이라도 반도체법부터 처리해야 한다.
2025-02-25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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