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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의 글로벌한국] 선거관리제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의 글로벌한국] 선거관리제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3-11-19 23:55
업데이트 2023-11-1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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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 수개표로 바꾸는 추세
부정선거 시비 반복되는 우리
선관위 전면 해체, 다시 조직하고
수개표 방식과 사후검증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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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거철이 또 다가온다. 여야 모두 혁신의 기치까지 내걸고 내년 4월 총선을 향해 사생결단의 태세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선거관리 체제는 마련돼 있는가. 10대 경제대국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번번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그 주된 원인은 사전투표 제도와 전자 투개표 시스템의 완결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데 있다. 전자 개표기가 도입된 2002년 이래 이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

2020년 4ㆍ15 총선은 총체적 선거부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상당수 시민들이 부정선거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며 조직적 시위를 2년 넘게 벌였다. 정부나 중앙선관위가 즉시 나서서 문제시된 선거구 중 한 군데의 표를 투명하게 재검표해 그 과정까지 공개했어야 마땅하다. 대법원도 공직선거법에 쓰여 있는 대로 “선거소송은 다른 소송에 우선하여 180일 이내에 처리”했어야 했다. 2년 넘게 시간을 끌다가 형식적 육안 검증만으로 기각 판정을 내려 버린 대법원 판결로 문제를 봉합할 수만은 없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의뢰한 조사에서 중앙선관위 보안 시스템의 취약성도 공식적으로 인정된 상황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스웨덴, 스페인, 캐나다 등 많은 선진국들이 전자 개표기 사용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수개표 제도로 전환했다. 일본은 투표자가 연필로 지지 후보자와 정당의 이름을 써 넣는 수기표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대만은 2019년 말에 대륙 세력의 부정한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전면 수개표 방식으로 전환했다. 미국은 아직 전자 개표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사후검증을 제도화해 선거 직후 샘플링을 통해 개표 결과를 확인한다. 그런데도 미국의 지난 대선에서 선거부정에 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 오르기도 했지 않았는가.

우리는 대규모 사전투표를 하고 전자 개표기 사용을 계속하면서도 사후검증 제도는 없다. 도대체 뭘 믿고 이런 체제로 다시 선거를 치르겠다는 건가. 이제야 중앙선관위는 마지못해 투표지 분류 과정에서 수개표 절차를 추가하고,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의 폐쇄회로(CC)TV를 상시 공개하며, 사전투표 용지에 투표 관리관이 인장을 직접 날인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작년 초에는 선관위 상임위원이 임기를 마친 후 비상임위원으로 선관위에 잔류하려 하자 선관위 전 직원이 항의 서한을 전달해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선관위 간부들이 조직적 자녀 채용 비리를 일으킬 만큼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사실까지 수사 중이다.

그동안 상부구조로서의 정치가 무너지니 수세대에 걸쳐 쌓아 올린 사회의 소중한 원칙들이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세력에 의해 무너졌다. 법관의 정치적 성향 자제, 지식인의 정치비판 정신 존중,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 요구 등의 전통과 원칙들은 휴지 조각처럼 버려졌다. 사법부 독립과 공직자 윤리가 붕괴되고, 사회의 품격과 진실마저 실종됐는데도 개혁의 성과로 자화자찬하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386에 대한 불신은 물론 국민 각계 각층이 참여했던 민주화운동 자체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총아인 공직선거의 부정 의혹 하나도 제때 투명하게 검증하지 않고 있는데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검증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를 마녀사냥하다시피 했다.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는 수개표 제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사후검증도 제도화해 선거인 확정, 투개표, 관련 설비 등 선거의 전 구성 요소에 대해 사후 샘플링 및 확인 과정을 의무화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면 해체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사실 그게 지난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이제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일이 그것이다.
2023-11-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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