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광장] 출발은 마을이다/김영배 성북구청장

[자치광장] 출발은 마을이다/김영배 성북구청장

입력 2017-09-03 17:28
수정 2017-09-03 18:4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2011년 서울 성북구 길음시장을 방문했을 때였다. 주민과 악수를 나누는데 한 부부의 대화가 들렸다. 부인이 ‘저 사람 누구야?’라고 묻자 남편이 ‘구청장이잖아’라고 답했다. 그러자 부인이 ‘또 선거야?’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등이 서늘했다. 우리 정치, 정부에 대한 시민의 가감 없는 생각이 담겼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정치는 표가 필요할 때만 달려와 종을 자처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고 나면 여의도 안에 머물며 말로만 국민을 위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방이 목소리를 내고 고루 발전하는 것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화두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다. 이것은 촛불광장의 명령이자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사명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지수·지표체계가 수립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국내총생산(GDP)으로 대표되는 물질, 산업 등의 지표체계가 중심이었다. 사람은 사물화, 타자화됐다. 이제는 공동체적 행복감 같은 가치를 논의해야 한다. 성북구 상월곡동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과 경비원이 ‘갑을’ 대신 ‘동행’(同幸)계약서를 쓴다. 여기에는 함께 행복해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의미가 담긴다. 성북구 역시 동행을 브랜드로 정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민·관·학이 협력해 ‘동행 지수’를 마련하고 있다. 시민이 주인이 되어 문제를 해결한 의미 있는 사례다. 정부는 물론 사회 전반으로 퍼지기를 희망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통합적인 거버넌스 구축 또한 필요하다. 민주적 시민을 기초로 한 자치분권 체계와 중앙정부의 통합적 조정체계의 호응을 위해 정책적으로 ‘자치분권균형발전위원회’에 권한을 부여하고 범정부적인 협력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성북구 마을민주주의는 전체 주민 중 직접참여 3%, 간접참여 30%를 목표로 한다.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첨제 민주주의도 도입했다. 지역의 토호, 재산이 많은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이 대표를 독식하지 않고 고루 발전하기 위해서다. 주민 의견은 부서별로 쪼개지 않고 전략과제 중심으로 위원회 등을 꾸려 추진한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맞춤형 발전을 위한 자기계획권, 자기결정권의 보장 역시 중요하다. 지역위원회를 활성화하고 기초생활 단위 위주의 계획권도 만들어야 한다. 자기결정권이 지속 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경제권도 육성해야 한다.

 결국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출발은 마을이다. 마을에서 민주주의가 작동되면 균형발전이 촉진되고 균형발전은 다시 민주주의를 풍부하게 한다.
2017-09-04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