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수수꽃다리/구본영 논설위원

[길섶에서]수수꽃다리/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10-04-29 00:00
수정 2010-04-2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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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 출근 길이 괜히 즐겁다. 아파트 단지 입구의 라일락 때문이다. 화려한 벚꽃이나 단아한 목련에 비해 눈에 띄지 않지만, 코끝을 스쳐 온몸으로 스며드는 라일락 향에 취하는 것은 소박한 생활의 기쁨이다.

그 이름 때문에 라일락이 외래종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한문으로 정향(丁香)나무란 용어와 함께 ‘수수꽃다리’란 순우리말이 있듯이 재래종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이 관목은 여러가지 별칭을 갖고 있지만, 수수꽃다리란 이름이 수수한 외양에 가장 잘 어울릴 법하다.

명칭이야 어찌됐건 올봄엔 라일락, 아니 수수꽃다리의 향기가 유난히 진해 반갑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꽃나무가 가장 진한 향을 풍긴다는 속설이 틀리지 않음을 실감한 것도 수확이다. 지난 겨울은 유독 춥고 길었다. 어찌 꽃향기 뿐이랴. 우리네 삶도 그렇지 싶다. 성경에도 “눈물로 심은 자는 기쁨으로 거둔다.”는 말씀이 있잖은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0-04-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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