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금성슈퍼의 추억/이용원 특임논설위원

[길섶에서] 금성슈퍼의 추억/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입력 2010-09-20 00:00
수정 201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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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물건을 사러 아파트단지 내 구멍가게를 찾았다. 무심코 가게에 들어섰더니 아뿔싸, 모든 게 달라졌다. 십수년째 들르던 ‘금성슈퍼’는 사라지고 그 흔한 편의점 체인으로 바뀐 것이다. 종업원은 문을 연 지 사흘 됐다고 했다.

금성슈퍼의 주인은 소박하고 성실한 부부였다. 그런 그들도 한때는 변하는 듯했다. 배용준이 주연한 영화에 가게가 등장한 뒤였다. 일본인 아줌마들이 떼로 몰려와 가게를 들락거리거나, 멀찍이 둘러서서 바라보는 광경이 눈에 띄면서 가게는 겉모습이 화려해졌다. 주인 부부도 목에 힘깨나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잠시였다. 몇달이 지나자 가게는 예전 모습을 되찾아 다시 주민 쉼터로 돌아왔다. 그 즈음 주인에게 그때는 경기가 좋았냐고 물었다. 남자는 “번거롭기만 했지 수입은 뭐….”하며 쑥스러워했다. 주인 부부는 여전히 소박했고 성실했다. 이제 예순이 넘었을 그 부부는 편안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을 게다. 익숙한 것은 그처럼 소리 없이 우리 곁을 떠난다.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2010-09-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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