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등병의 편지/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이등병의 편지/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0-11-18 00:00
수정 2010-11-1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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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민간인통제구역 내에 있는 금강산 건봉사의 일요일. 식당 앞에 새카만 군화가 가득하다. 일요법회에 참석하러 온 인근 부대의 군인들이 벗어놓은 군화였다. 족히 100켤레는 될 법했다. 군인들은 법회 후 절에서 마련한 점심 식사를 하고 각자 부대로 돌아간다. 24시간 긴장 속에서 최전방을 지키는 그들에게 일요일 2시간의 외출은 얼마나 꿀맛 같을까.

종무소에 들르니 책상 위에 편지 한통이 놓여 있었다. 수색대대 소속 이등병이 인천의 여자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들어와 ‘여친’의 얼굴을 떠올리며 편지를 썼을 이등병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편지 서울에 가서 부쳐 드릴까요?”하고 물으니 종무소 직원이 그러면 고맙겠다고 한다.

월요일 광화문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쳤다. 직원이 직접 분리바구니에 편지를 담는 것을 보니 적어도 이틀은 빨리 도착할 것 같다. 내 편지도 아닌데 괜히 즐거웠다. 그 ‘여친’이 이등병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0-11-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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