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걸음걸이/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걸음걸이/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2-22 20:10
업데이트 2020-12-23 02:0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보게 됐다. 누구나 숨쉬는 것처럼 걸음마를 뗐기 때문에 잘 걷는 방법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몇 해 전 만난 안광욱 선생은 “제대로 걸을 줄 아는 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근래 사람들 입길에 많이 오르내리는, 권세 떠르르한 Y의 걸음걸이를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뭐라 형언하기도 힘든데 중력을 잃은 걸음걸이라고나 할까? 몸과 마음의 균형이 많이 흐트러져 있구나 여기곤 한다. 반면 아는 어르신 한 분은 팔순을 훌쩍 넘기고도 걸으면서 젊은이 못잖은 생기를 발산해 내심 부러웠다.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평생 살던 쾨히니스베르크(지금의 칼리닌그라드) 동네를 아주 규칙적으로 산책해 이웃들이 시계를 맞출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을 쓴 프레데리크 그로는 칸트의 산책이 주는 교훈 셋을 단조로움(권태를 치료), 규칙성(집요한 반복으로 불가능을 극복), 필연성(필연적인 것에서 깨닫는 자유)으로 정리했다. 안광욱 선생의 ‘11자 3단 보행법’과 하루에 수백㎞씩 며칠을 걸어도 끄떡없던 중앙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배운 서정록씨의 ‘트랜스워킹’을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bsnim@seoul.co.kr
2020-12-23 29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