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빈집의 경제학/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빈집의 경제학/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1-09 20:52
수정 2017-01-0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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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부동산 전문가 마키노 도모히로는 저서 ‘2020년 아파트 대붕괴’(2015년 문예춘추 발간)에서 “도쿄올림픽(2020년)의 피날레는 빈집 문제가 폭발하는 충격적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즉 올림픽이란 성대한 잔치가 끝나고 일본인들 앞에 기다리는 것은 빈집 문제이고, ‘빈집 열도’라는 국가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도권, 특히 도쿄의 아파트에 대해 빈집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게 될 것으로 전망해 도쿄 시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도쿄의 집값은 2013년 9월 IOC 총회에서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전후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마키노는 과잉공급,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수요 감소의 요인 외에도 주택의 10%를 차지하는 아파트에 주목한다. 빈 아파트 증가→관리비, 수선충당금 체납자 증가→노후화 진전 및 상속 포기→슬럼화→재건축 포기→자산가치 폭락 등의 비관적인 앞날을 제시한다. 노무라 총합연구소는 2035년 일본의 빈집 비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파산한 홋카이도의 유바리시처럼 2008년에 빈집 비율이 33%를 넘어선 곳도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3년 10월 현재의 일본의 총주택 수는 6063만 가구. 일본의 인구가 1억 2729만명이라고 할 때 일본 국민 2.1명에 1채의 집이 존재한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의 인구는 3500만명, 총주택 수는 1789만 가구에 이르며 이 가운데 빈집 비율은 10% 정도다. 도쿄만 본다며 빈집 비율이 10.9%인데 숫자로 치면 81만 7000채가 세계적인 도시 도쿄에 빈 채로 있다. 그런데도 해마다 100만채의 단독주택, 아파트를 짓는 게 일본이다. 마키노는 빈집 문제, 아파트 대붕괴의 해결을 위한 처방전을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 집을 사기보다는 월세를 내고 살 것. 도쿄 도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사는 것과 월세를 내고 사는 두 가지 방식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월세가 40%가량 싸게 친다. 둘째가 중고 아파트, 단독주택을 사서 자신의 대에 살고 버리는 방법이다. 셋째가 ‘집’, ‘산다’는 주거의 개념을 확 바꾸는 것이다. 마키노는 “시대의 변화, 사회의 변화, 가족의 변화 등 자신의 앞날을 그릴 자신이 없으면 무리하게 집을 사지 말고 임대주택에서 사는 방식도 좋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즉 소유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라는 뜻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는 빈집을 초고령화를 위한 시설로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주거문화를 예측한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를 보면 2050년에는 빈집이 전국 가구수의 10%를 넘는 302만채로 예상됐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147%, 빈집은 31만채로 늘어난다. 우리의 사정은 일본보단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닮은 일본을 쫓을 공산이 크다. ‘일본형 빈집 쇼크의 공포’ 속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7-0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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