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주식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다양하다. 실적 발표, 배당 정책, 투자 계획 등인데 그중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주주환원 의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 주는 수단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내놓은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에 11조 3000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2017년 초에도 9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그리고 최근 주가가 4만원대로 하락하자 다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두 가지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하나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삼성전자는 주가 하락기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라는 동일한 카드를 꺼냈다. 다른 하나는 실행의 신속성이다. 삼성전자는 오늘부터 10조원어치를 매입하고 3개월 내 3조원어치를 우선 소각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주가 5만원선이 무너지고 외국인 매도세가 12거래일째 이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 하지만 시장은 최근의 주가 하락이 단순한 반도체 업황 악화나 미중 갈등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 경쟁력 약화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파운드리에서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는 등 기술 경쟁력 약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2030세대 인력 감소와 핵심 인재 이탈이라는 조직 문제까지 겹친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제언도 들린다.
대체적인 요구들이 ‘체질 개선’이라는 말보다 ‘체질 복원’ 쪽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제조업 강국을 선도한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여러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최초’를 외치던 삼성전자의 귀환, 시스템이 완벽히 작동하던 그 삼성전자의 복귀를 모두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홍희경 논설위원
2024-11-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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