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년’ 강동원(23)이 허물을 벗는다.

그제(2000~2002년)의 그는 세련미의 극치를 달리는 패션계의 황태자였다. 엉덩이가 제일 예쁜 모델로 불렸고, 남자로서는 처음 프랑스 파리의 프레타포르테 무대를 호령했다.
강동원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어제(2003년)의 그는 백마를 타고 안방극장을 누볐다. 첫사랑의 이상형(MTV ‘위풍당당 그녀’), 오만하지만 귀여운 재벌 3세(MTV ‘1%의 어떤 것’) 등으로 새로운 왕자의 탄생을 알렸다.

혜성같이 TV에 나타난 그를 두고 여성들은 “어쩜,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아”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오늘(2004년)의 그는 근사한 옷도, 왕위도 없다. 2대8 가르마의 ‘올백’ 머리에 무릎 부분이 툭 튀어나온 운동복 바지 차림으로 촌티를 팍팍 풍긴다. 오는 20일에 개봉하는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배형준 감독·시선 제작)에서 색다른 변신으로 스크린에 첫 도전장을 낸다. 그런데 그의 배반이 실망스러울 것 같진 않다. 꽤나 흥미로운 길을 택해 ‘소년에서 남자로’, ‘톱모델 출신의 꽃미남 스타에서 다양한 얼굴의 배우’로 진화 중이기 때문이다.

◇그를 믿지 마세요

‘애정빙자 사기극’을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 ‘그녀를~’에서 어수룩한 시골 약사 ‘희철’로 나온다.

거짓말 9단의 사기꾼 ‘영주’(김하늘)의 마수(자신이 희철의 약혼녀라고 박박 우김)에 걸려 옴짝달싹 못한다. 김하늘에게 잘못 까불었다가 호되게 얻어맞고, 김하늘의 음모로 파렴치한으로 몰린 뒤 가족한테도 집단 구타를 당한다.

김하늘의 강압으로 고추총각 선발대회에 나가 설운도의 ‘여자 여자 여자’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웃긴다.

현실의 강동원은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얼터너티브 음악 ‘크립(creep)’을 즐겨 부른다. 옷 하나를 입어도 조화와 개성을 놓치지 않는 ‘스타일 있는’ 청년이다. 겉모습은 귀엽고 여려 보여도 흐리멍덩한 것은 절대 사양한다. 거창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시험이 끝나고 연상의 여인과 잠시 사귄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여자는 거짓말 선수였다. 나이트클럽에 가면서 아닌 척하고 그랬다.

자신을 속인다는 걸 아는 순간 냉정하게 관계를 끊었다. 언제나 진실은 통한다고 믿고, 거짓말을 싫어하는 그는 김하늘 같은 여성과 영화에서처럼 사랑의 해피엔딩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다. 실제 모습과 다르기 때문에 이번 배역이 더 재미있었다. 첫 영화로 이 작품을 선택한 데에 한치의 후회가 없다. 영화에 현재의 능력을 100% 쏟아서일까.

그는 “망가지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아요. 멋져 보이려고 연기자가 된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체크무늬 셔츠를 너무 자주 입은 것 같아요. 이제 그 옷은 그만 입어야 겠어요”라며 눈웃음을 지었다.

◇껍데기 ‘몸짱’은 가라!

요즘 여기저기에 ‘몸짱’, ‘얼짱’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강동원을 놓고 그런 수식어를 운운하기에는 다소 늦었고, 또 부족하다. 여자를 제압하는 ‘마초’ 형과는 거리가 먼 ‘스위트가이’ 계보의 새 주자로 자기만의 영토를 단단히 쌓아가고 이다.

멀티스타의 시대에 노래, 운동 등에 재능이 많다는 것은 ‘복’이다. 그런데 강동원은 그것을 남발할 생각이 없다.

말 주변이 없어 토크쇼 같은 TV의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은 고역이다. 영화에서 연기를 위해 노래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가수라는 새 직함을 달 생각은 조금도 없다. 보기보다 깐깐한 고집쟁이다.

“이제 데뷔한 지 1년 됐는데 연기자로 제가 이룬 게 뭐가 있어야 말이죠. 한눈 팔 새가 어디 있나요?”

무뚝뚝하지만 꾸밈이 없고, 낯가림이 심하지만 속정은 깊다. ‘그녀를~’에서 상대역인 김하늘과도 여전히 ‘존댓말과 반말 사이’의 관계로 지낸다.

“누나(김하늘)가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자유롭게 절 내버려둬서 좋았어요. 선배라고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했으면 아마 연기를 더 못했을 거예요.”(웃음)

지난해 청룡영화제에 시상자로 참석한 뒤 영화로 상을 받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요즘 그의 목표는 원빈이다. 술을 싫어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등 공통분모가 많아 사적으로도 원빈과는 친분이 두텁다.

“전 끈기가 부족한데 형(원빈)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요. 연기할 때 진지하고 집요하게 승부근성을 보이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닮고 싶고, 또 능가하고 싶어요.”

조재원기자 j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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