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바닥난 영국

곳간 바닥난 영국

입력 2010-05-20 00:00
수정 2010-05-2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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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장관, 전임자에 “남은 돈 없어” 편지받아

“친애하는 장관께. 남아 있는 돈이 없어 유감이다. 행운을 빈다.”

예산담당 장관으로 영국의 살림살이를 맡게 된 자유민주당의 데이비드 로즈 장관은 임명 직후 사무실 책상에서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전임자인 노동당의 리엄 번 장관이 남긴 한 줄의 편지는 영국의 재정적자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은 지난 6일 첫 출근에서 로즈 장관이 겪은 황당한 해프닝을 소개하면서 “유머 감각이 가득 찬 편지는 새 정부에는 뼈아픈 현실이었다.”고 평가했다.

로즈 장관은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임자의 조언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편지를 열었지만, 단 한 문장만이 있었다.”면서 “솔직하긴 했지만 기대보다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무부 관계자는 편지에 적혀 있는 날짜가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총선 실시일을 발표한 4월6일이었으며, 노동당은 이때 이미 패배를 예감했다고 전했다.

번 전 장관은 편지에 대해 BBC방송에서 “예산을 맡게 되면 누구나 결국 익숙해지게 되는 말을 적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새 정권과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 정부가 정권 말에 예산을 흥청망청 낭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로즈 장관은 최근 노동당 정부의 예산 사용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초토화 전술을 사용했다.”고 맹비난했다. 퇴각하면서 적군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식량과 시설을 불태우는 것처럼 새 정부에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총선 경합 지역에 4억 2000만파운드(약 7000억원)의 학교 신축 비용이 지원되고, 130억파운드(약 21조 7000억원) 규모의 공중급유기 도입 계약이 체결된 것 등이 주요 논란거리다. 특히 노동당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숨겨 놓은 적자’를 파악하기 위해 새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0-05-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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