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 죽인뒤 주검 매달아…파키스탄 10대 떼살인 ‘파문’

때려 죽인뒤 주검 매달아…파키스탄 10대 떼살인 ‘파문’

입력 2010-08-23 00:00
수정 2010-08-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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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년 2명을 둘러싼 수십명의 군중가운데 남자들이 나서 돌아가면서 몽둥이로 소년들을 무참하게 때리고는 소년들이 숨지자 이들의 주검을 질질 끌어 인근 장대에 매달았다.

 아무도 이 야만스러운 행동을 말리려 하지 않았다.현장에 경찰관들도 여럿 있었으나 수수방관했다.

 지난 15일 파키스탄 펀잡주 시알코트라는 마을에서 일어난 이 떼살인의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돼 TV방송 뉴스에서 전파를 타자 지금 파키스탄 여론은 분노와 자탄으로 들끓고 있다.

 근년에 유사한 떼살인 사건들이 있었으나 국가가 방치하는 바람에 파키스탄 사회가 짐승화됐다는 개탄에서부터 자국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의 정부를 운영하는 “세습 지배엘리트층”에 대한 불신감이 터져나오고 있다.

 영자 신문 ‘더 뉴스’는 사설에서 “이게 우리의 모습이란 말인가? 야만족이?”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당국의 조사로는 모이즈 버트(17)와 무니브(15) 형제는 인근에서 일어난 무장강도 사건의 범인들로 오인돼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 집안의 두 형제는 당일 아침 밥을 먹고 크리켓을 하기 위해 장비를 자루에 넣고 집에서 2km 정도 떨어진 크리켓 운동장에 갔다가 그 자루 때문에 무장강도 용의자들로 오인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참혹한 장면을 찍은 영상의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당시 군중가운데 여러 사람이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었다는 보도가 있다.

 방송사들은 유혈이 낭자한 장면은 흐릿하게 내보냈으나,화면에선 경찰관들을 비롯해 군중속 인물들 여러 명의 얼굴이 또렷하게 식별됐다.

 22일 두 소년의 가족을 찾아 조의를 표한 레만 말리크 파키스탄 연방정부 내무장관은 경찰관 4명을 포함해 최소 10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며,현장에 있던 주민들에게 수사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당시 경찰관들이 공포탄을 쏴서라도 군중을 해산시켜야 했다며 “문명사회라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규탄하고 “범인들에 대해선 두 소년을 살해한 바로 그 장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떼살인이 과거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지난 10년 사이에 전자매체의 폭발적 보급으로 인해 더 많이 알려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년 사이에 경찰관과 심지어는 군인들까지 용의자들을 마구 폭행하는 장면들이 영상에 찍히는 사례들이 있고,2008년엔 카라치에서 1주일 간격으로 군중들이 강도 용의자들을 화형에 처하는 사건이 2차례나 잇따르기도 했다.

 당시 길바닥에 쓰러진 채 통나무처럼 불에 타고 있는 희생자들의 사진이 신문 1면에 보도되면서 언론과 사회단체들이 정부에 범인 색출을 압박했으나 용의자들중 다수가 잡히지 않았으며,이것이 떼살인이 기승을 부리도록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시사논평가 가지 살라후딘은 22일자 칼럼에서 시알코트 군중살인 사건과 대홍수 피해를 입은 빈곤층의 절망은 “국민을 보호하고 보살피지 못하는 국가의 무능력에 똑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는 세습적인 지배엘리트들이 파키스탄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들은 이 나라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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