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서 살인범으로 변한 比인질극 주범의 역정

영웅에서 살인범으로 변한 比인질극 주범의 역정

입력 2010-08-24 00:00
수정 2010-08-24 18: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국민적인 영웅에서 살인범으로.’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23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의 유혈 인질극의 범인은 재직 시 최우수 경찰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모범적인 공직자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현지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이미지 확대
필리핀서 버스인질극…범인포함 8명 사망
필리핀서 버스인질극…범인포함 8명 사망 필리핀 의료요원과 경찰들이 23일 밤 수도 마닐라 리잘 공원에서 발생한 버스 관광객 인질극 사건을 진압한 직후, 버스 안으로 들어가 인질범의 총격으로 부상당한 인질을 깨진 차창을 통해 옮기고 있다. 12시간 만에 막을 내린 인질극으로 홍콩인 관광객 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범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사망했다. 수뢰혐의로 해고된 전직 경찰관인 인질범은 M16 소총으로 무장한 뒤 22명의 홍콩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관광 버스에 난입해 자신의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였다. 경찰 진입 직전 창문을 열고 탈출한 버스 운전사는 인질범이 자살했다고 말했다.
마닐라 AFP 연합뉴스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 등에 따르면 범인인 전직 경찰관 롤란도 델 로사리오 멘도사는 지난 1986년 국제청년회의소(JCI)에 의해 전도가 유망한 최우수 경찰관 1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된 인물이다.

 비리에 연루되어 경찰에서 파면되기 직전인 올해 초까지 그는 17차례나 상을 받을 정도로 ‘굿 캅’(good cop)이었다.법의 수호자로서 그가 쌓은 공적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86년 당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의 비자금 해외 반출 시도를 좌절시킨 일이다.

 독재와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봉기로 권좌에서 축출된 마르코스는 해외 도피 과정에서 150만달러의 현찰과 고가품 등을 13개의 나무 상자에 담아 국외반출을 시도했다.당시 마닐라경찰국 산하 특별수사대 팀장이던 멘도사는 이 첩보를 입수하자마자 전광석화같은 작전을 주도해 반출 시도를 좌절시켰다.

 마르코스의 검은 돈 해외 반출 시도를 봉쇄하면서 전국적인 영웅이 된 멘도사는 근면함과 강직함으로 주위의 칭송과 함께 빠른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승승장구는 오래가지 못했다.모범 경찰관으로서 출세가도를 달리던 그를 나락의 길로 떨어뜨린 결정타는 금품갈취 혐의였다.

 경찰청 청문윤리관실이 밝힌 멘도사의 혐의는 화교가 운영하는 한 호텔의 주방장으로부터 2만페소(441달러)를 빼앗고,돈 지급을 거부하는 주방장에게 마약을 강제로 먹게 한 것.멘도사는 또 함께 파면된 부하 4명과 함께 피해자인 주방장에게 불법주차,무면허운전 및 불법 마약 복용 등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갈취하려한 혐의도 받았다.

 멘도사의 이런 일탈된 행위가 감찰팀에 적발되면서 지난해 2월 그에게 ‘가혹한’ 행정처분이 내려졌다.기동순찰대 반장직에서의 직위해제와 함께 퇴직금 지급 정지 결정이었다.검찰 기소라는 사법 조치도 뒤따랐다.

 그는 이런 처사에 불복하면서 자신의 명예회복을 시도했다.이 과정에서 피해자인 주방장이 검찰 조사에 매번 응하지 않으면서 명예회복의 가능성도 제기됐다.그러나 이런 가운데에서도 파면 취소 결정은 끝내 내려지지 않았다.

 이에 좌절한 멘도사는 결국 인질극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감행했다.돌이킬 수 없는 이런 행동의 종말은 자신은 물론이고 8명의 무고한 외국 관광객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사로 끝나고 말았다.

 하노이=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