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기적의 성지 될 ‘희망캠프’

희망과 기적의 성지 될 ‘희망캠프’

입력 2010-10-13 00:00
수정 2010-10-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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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북부 코피아포를 출발해 먼지 날리는 사막길을 차로 1시간쯤 달려야 나오는 산호세 광산.

 광산 인부를 제외하고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던 이 곳은 지난 69일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뜨거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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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매몰된 33명의 광부 중 첫 번째 구조될 광부로 정해진 플로렌시오 아발로 실바의 가족들이 설렘 속에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코피아포(칠레)=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매몰된 33명의 광부 중 첫 번째 구조될 광부로 정해진 플로렌시오 아발로 실바의 가족들이 설렘 속에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코피아포(칠레)=연합뉴스


☞[사진] 칠레 광부들 구조되기까지



 이중,삼중의 검문을 거쳐 광부 33명의 사진이 빼곡히 담긴 칠레 국기를 지나면 ‘희망캠프’가 펼쳐진다.지난 8월5일부터 산호세 광산 지하 700m에 갇힌 광부들의 눈물과 웃음을 지척에서 함께 나눴던 곳이다.

 붕괴 사고 직후 광부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가족들이 눈물로 밤을 지샜던 캠프는 사고 17일 만에 광부들의 생존이 확인된 순간부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매몰 광부 33명의 가족,친지들은 광부들의 곁인 캠프에 천막을 치고 소중한 아들과 남편,아버지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밤에는 차가운 바람과 싸웠고 화장실도,목욕탕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캠프에서 먼지 덮인 음식을 먹어야 했지만 캠프 이름 그대로 희망을 지켜갔다.

 캠프에 상주하는 열한 명의 광부 자녀,손자들을 위해 설치된 임시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온 한 교사는 “광부들의 생존 소식을 들은 이후 아이들은 내내 행복해 했다.캠프 생활에 대해 불평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가족들이 머무는 천막 둘레로 전 세계 취재진들이 설치한 천막과 캠핑카까지 빼곡히 들어서면서 ‘희망캠프’는 특별한 다국적 캠프로 변해갔다.

 이밖에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낼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성직자,광부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요리사,각종 구호품을 들고온 자원봉사자 등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긴 여정을 함께 했다.

 ‘33인 광부의 무사귀환’이라는 하나의 바람을 공유한 이들은 69일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더없이 가까운 친구가 됐다.

 광부의 자녀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찾아와 한 달 여간 어릿광대 ‘롤리’로 분장하고 캠프의 재간둥이 역할을 해 온 롤란도 곤살레스는 “아이들이 가족들을 무사히 만나게 돼 더없이 반갑지만 정든 가족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면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 밤 0시10분께 첫 번째 광부인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지상으로 나온 이후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희망캠프라는 이름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이름이었다”며 “이곳에 담긴 정신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기념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69일간 광부들 사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이곳이 칠레를 넘어 전 세계에 희망과 기적의 메시지를 전할 성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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