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청소년들이 마약 조직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은 최근 100만명가량의 젊은이들이 마약 조직에 노출된 환경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을 정도다. 실제 4년간 진행된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숨진 3만여명 가운데 5%가 미성년자로 집계됐다. 희생된 미성년자 가운데는 무고하게 변을 당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약 조직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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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히메니즈가 체포될 당시 14살 아들 에드가가 마약조직원과 함께 있는 장면이 든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 LA타임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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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히메니즈가 체포될 당시 14살 아들 에드가가 마약조직원과 함께 있는 장면이 든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 LA타임스 홈페이지
멕시코 휴양지인 쿠에르나바카의 인근 작은 마을에서 마약 조직원으로 일하던 에드가 히메네즈(14)는 지난 2일(현지시간) 현지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누나인 엘리자베스(19)와 함께 코카인 뭉치를 ‘마약 도시’ 티후아나로 가져가려다 적발됐다. 곱슬머리에 몸집이 작은 에드가는 마약 조직에 가입한 뒤 11살 때 조직의 명령으로 살인을 시작, 지금껏 4명을 살해했다. 대가로 매주 200달러를 받았다. 에드가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목을 잘랐다.”라며 태연하게 경찰에 진술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9일 멕시코에서 에드가와 같은 청소년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타바스코에서 검거된 13세의 마약 조직원 소녀는 살인 훈련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들이 마약 조직의 꾐에 속절없이 빠져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교육 체계가 무너져 학교가 아이들을 적절히 지켜주지 못하는 데다 심각한 구직난 탓에 돈의 유혹, 조직의 ‘힘’을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마약 밀매·운반이나 망보기와 같은 비교적 손쉬운 범죄뿐만 아니라 살인 등의 흉악 범죄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르고 있다. 마약 조직은 청소년들의 경우, 적은 돈만 줘도 범행에 가담하는 데다 수법도 과감하고 상대방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A급 요원’으로 인정한다. 에드가의 아버지 데이비드(44)는 “가난 때문에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있다. 에드가는 괴물이 아니다. 가해자이지만 희생자다.”라고 항변했다. 마약 조직이 “돈을 줄 테니 꾸러미를 배달해줘라.”라고 꾀면 꾸러미의 내용물을 알지도 못한 채 부탁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더욱이 청소년들은 스스로 마약을 소비해 헤어나지 못할 덫에 걸려들고 있다. 지난 10년간 두배로 늘어난 멕시코의 마약 중독자 가운데 상당수가 젊은 층이었다. 특히 빈민가 청소년 중에는 도료 희석제와 같은 강한 독성을 가진 약품을 몸속에 주입하고 있다.
문제는 멕시코 정부가 청소년 마약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마약 범죄에 가담하고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년 수준의 처벌을 받는 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멕시코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멕시코에서 목격한 큰 위협은 30세 이하의 젊은이들이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면서 “멕시코는 젊은 세대 일부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0-12-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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