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 군축 확대 추진… 러 “MD강행 땐 START 탈퇴” 선 그어
미국이 내년부터 러시아와 전략 핵무기 감축을 추진하는 데 이어 양국 간 단거리·전술 핵무기 감축 협상에도 나설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협상 파트너인 러시아는 미국이 유럽 미사일방어(MD) 구축 계획을 밀어붙인다면 미국과 손잡을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토미 비에터 백악관 대변인이 “새 전략 무기 감축협정(START)의 발효 첫해인 내년에 러시아와 전술 핵무기 감축 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와 전략 핵무기 수를 줄이기로 합의한 미국이 이제는 실전에서 사용 가능성이 큰 단거리·전술 핵무기를 줄이는 협정을 추진해, 핵 감축 노력을 한 단계 격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전술·단거리 핵무기 감축을 위해 러시아의 동의를 받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은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약 500기의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보다 많은 2000~6000기의 전술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감축 계획 합의에 앞서 MD망 일부 제한 등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4일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이 유럽 MD 시스템 구축 계획을 강행한다면 러시아는 START계획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TART협정은 MD와 전략 무기 사이의 연관관계를 명시하고 있다.”면서 “협정 본문에는 ‘만일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양측은 조약에서 탈퇴할 권리를 갖는다’는 조항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0-12-27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