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탄핵추진… 성직자도 비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정보장관 사임 문제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와 갈등을 빚은 뒤 퇴진 압박까지 받는 등 정권 수뇌부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란 신문들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헌법상 선출직이 아닌 이슬람 최고지도자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보다도 상위에 존재하는 사실상 신정(神政) 체제를 유지하는 이란의 현실이 극명히 드러난 셈이다.갈등의 발단은 헤이다르 모슬레히 정보장관 사임 문제였다. 모슬레히 장관은 지난달 17일 대통령과 상의도 없이 차관을 경질했다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자 사직서를 제출했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를 수리했다. 그런데 하메네이가 모슬레히를 복직시키라고 지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1일 동안 업무를 거부하는 ‘파업’으로 최고지도자의 명령에 저항하다 지난 1일에야 업무에 복귀했다.
이번에는 의회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성직자들도 “최고지도자에 대한 불복종은 배교 행위나 다름없다.”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란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메네이의 최후 통첩과 관련된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하메네이 간 갈등 기류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장관 사임을 둘러싼 견해 차에서 비롯됐지만 이란 보수파 내 권력 투쟁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란 대통령 중 사상 최초로 이슬람 성직자 출신이 아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종교의 정치 개입은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보수파 내부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속적 성향이 강한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이를 비서실장에 발탁해 중용하는 데서도 이런 의중이 잘 나타난다.
문제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행보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신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에서 성직자는 물론 의회 내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을 사며 보수파 내 갈등의 원인이 돼 왔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3월 총선과 2013년 6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드러난 이번 갈등은 양대 선거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보수파 내 권력 투쟁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1-05-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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