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러’ 정보요원 독살사건 수사 확대

英, 러’ 정보요원 독살사건 수사 확대

입력 2011-11-07 00:00
수정 2011-11-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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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출신 러’ 사업가 추가 기소 방침” 밝혀러’ 의원 “서방의 反 러시아 캠페인 일환” 비난

영국이 지난 2006년 런던에서 의문의 독살을 당한 전(前)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사건과 관련 또다른 러시아인을 기소할 방침을 밝히면서 해빙 기미를 보이던 양국 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 타임스’는 6일 영국 검찰이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의 러시아인 사업가 드미트리 코프툰을 리트비넨코 사건과 관련해 기소하고 러시아 측에 그의 신병 인도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코프툰은 지금까지 이 사건에서 증인 신분으로 남아있었다.

코프툰은 영국 검찰이 제기한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영국 당국이 나를 기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단지 이 사건이 정치적 동기에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며 “만일 그들이 증거를 갖고 있었다면 왜 5년 전에 그것을 제시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영국 검찰 대변인은 지난 8월 경찰로부터 새로운 증거 서류를 넘겨 받았으며 서류 검토 작업이 최근에야 끝났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관계자들에게 검토 결과를 통보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코프툰은 아직 영국 검찰로부터 아무런 공식 통보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그렇잖아도 긴장상태에 있는 영국과 러시아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코프툰은 지난 2006년 11월 런던의 한 호텔 바에서 있었던 리트비넨코와 러시아 정보요원 출신 동료들과의 면담 자리에 동석했었다.

영국 검찰은 바로 이 자리에서 리트비넨코가 방사성 물질에 중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독일 검찰은 코프툰의 자동차와 독일 함부르크에 사는 그의 전 부인 집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코프툰의 독일 집에선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독일 검찰은 코프툰을 방사성 물질 보관과 운송 혐의로 형사 입건했으나 이후 수사는 종결됐다. 코프툰에 씌워졌던 리트비넨코 사건 가담 혐의도 벗거졌다.

전문가들은 리트비넨코 사건을 수사 중인 영국 검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코프툰을 인도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 출신의 하원 의원 니콜라이 코발레프는 “러시아 헌법은 자국민 인도나 추방을 금지한다”며 “만일 외국이 러시아 국민의 범죄 가담 증거를 제시하면 그 사건에 대한 수사와 형사 기소는 증거를 제시한 외국 대표가 참여하는 가운데 러시아 내에서 이뤄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코발레프는 “리트비넨코 사건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띄는 시점과 미국 TV 방송들에서 러시아 스파이들이 정보를 캐내는 내용을 담은 첨보 영화 시리즈가 방영되는 시점이 일치한다”면서 “러시아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서방에서 일종의 반(反) 러시아 캠페인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 리트비넨코 사건은 =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KGB 후신) 출신의 정보 요원 리트비넨코는 영국 국적을 취득한 지 얼마 후인 2006년 11월 44세의 나이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그는 런던에서 러시아 비평가로 활동하며 당시 대통령직에 있던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던 중이었다.

그는 전 KGB 요원 안드레이 루고보이, 코프툰 등 동료 3명과 런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뒤 쓰러져 약 3주 만에 숨졌다.

리트비넨코의 사인을 조사한 영국 의료 당국은 그의 몸에서 ‘폴로니엄-210’이라는 방사성 독극물이 다량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검 결과에 기초한 그의 공식 사인은 지금까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리트비넨코 사건의 유일한 혐의자는 옛 KGB 요원 출신의 러시아 하원의원 루고보이였다. 영국 검찰은 루고보이를 기소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러시아 측에 그의 신병 인도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검찰은 헌법에 위배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루고보이도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루고보이는 리트비넨코가 영국 정보기관에 의해 살해됐던지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트비넨코 사건은 러시아 반(反) 정부 인사의 영국 망명 허용 등으로 갈등을 겪던 러시아와 영국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킨 계기가 됐다.

영국 검찰이 루고보이에 이어 증인 신분으로 남아있던 코프툰까지 리트비넨코 사건의 혐의자로 기소할 방침을 밝히면서 최근들어 화해 국면으로 들어섰던 양국 관계가 또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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