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 지속에 금리 추가 인하 전망…통화정책 보완 위한 재정확대 분석도
중국이 6개월 사이 기준금리를 3차례 내렸다.금리 인하 등 각종 부양책에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지자 중국 정부는 11일부터 기준금리를 또 내리기로 했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 하루만에 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추가 인하 관측이 벌써 나올 정도로 중국 경기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통화 기조 완화만으로는 경기 둔화를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재정 확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6개월 사이 금리 3차례 인하…”7% 성장에 적신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각종 부양책에도 기대했던 것만큼 내수가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경제지표 부진은 이어졌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1%대에 머물렀고 생산자물가 상승률의 마이너스 상태는 계속됐다.
중국 광대증권의 쉬가오 연구원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기대한 것보다 약했고 인플레이션도 낮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출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도 살아날 조짐이 없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이징과 상하이의 신규 주택가격은 작년 이후 전월 대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주택가격 하락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제조업 경기도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개월 연속 기준선(50) 안팎에 머물렀다.
전날 금리 인하 발표를 하면서 인민은행이 밝혔듯 저물가가 이어져 실질금리(1년물 대출금리-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가 여전히 높은 점도 금리 인하의 원인이었다.
기준금리와 등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좀처럼 경기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은 중국 정부로서는 고민거리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치로 내세운 7%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대치를 낮춘 7% 성장에도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중국 관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금리 인하가 중국 정부의 우려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 중국 추가 경기부양 조치 가능성…금리인하, 재정확대
6개월 사이 대출(0.90%포인트 인하)과 예금 금리(0.75%포인트 인하)가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려간 만큼 중국 정부가 앞으로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지만 추가 인하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AFP 통신이 전한 일본 노무라 은행 보고서는 “(중국 경제를 가로막는) 맞바람이 워낙 강력해 보인다”면서 “따라서 추가 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연내 금리가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떨어지고, 올해 들어 두 차례 낮춘 은행 지준율도 0.50%포인트씩 역시 두 차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ANZ 은행도 “성장이 계속 여의치 못하면 통화 기조를 더 늦출 것임을 인민은행이 명백히 시사했다”면서, 오는 3분기 금리가 0.25%포인트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UBS 그룹의 런던 소재 조지 매그너스 선임 경제 자문역은 블룸버그에 중국 공장과 소비자 물가가 디플레와 저인플레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부양 조치가) 더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 부양 기대감도 잇따라 제기됐다.
HSBC의 홍콩 소재 아시아 경제 분석 공동 책임자 프레데릭 뉴먼은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통화 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수요를 부추기기 위한 재정 확대도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중국 관변 경제학자들도 이달 초 통화 정책이 역부족이라고 판단되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공적 지출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음을 상기시켰다.
한편, 골드만 삭스의 송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중국 당국이 원하면 단기 부양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지난해 3월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통화, 재정 및 행정 정책의 복합적인 추이를 볼 때, 그때와 매우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가 지난 2년 연속 ‘최고의 중국 애널리스트’로 선정한 송은 “지난 몇 년의 데이터가 뒷받침한다”면서 “중국이 진정으로 단기 성장을 원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파리 소재 야오웨이도 “중국 지도부가 (여전히 과열) 성장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경착륙은 피하는 수준에서 (당분간 성장) 속도를 계속 조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