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 뺨치는 저택, 집안 일꾼 60명에 정부 23명...

자금성 뺨치는 저택, 집안 일꾼 60명에 정부 23명...

입력 2015-08-12 16:02
수정 2015-08-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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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진시황(秦始皇)이 부러우랴!

2200여년 전 진시황의 아방궁을 연상시키는 초호화 별장과 뇌물로 끌어모은 재산 300억 위안(약 5조 4492억원), 베이징 시내 얼환(二環) 인근의 금싸라기 땅의 아파트 수십 채 등 부동산 300여건, 7000여㎡(2117평)에 이르는 베이징 자금성(紫禁城)에 버금가는 대저택, 정원사 등 60여명에 이르는 집안 일꾼들, 5명의 유명 연예인 애인, 그리고 23명의 정부(情婦)?. 부패 혐의로 사형집행 유예 2년형을 받은 구쥔산(谷俊山·59) 전 중국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부부장(중장)의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 목록’이다. 그가 2인자로 근무했던 인민해방군 총후근부는 군수·보급·복지후생 등 인민해방군의 ‘돈 줄’을 쥐고 있는 부서다. 한 해 관리하는 자금만도 100억 위안(1조 8164억원)이 넘는다.

중국 군사법정은 지난 10일 열린 재판에서 구쥔산에 대해 횡령과 뇌물수수, 공금유용, 뇌물공여,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형집행 유예 2년, 정치권리 종신박탈, 개인재산 전액 몰수, 계급(중장) 박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사형집행 유예는 사형을 선고하지만 2년간 형을 집행하지 않다가 수형 생활에 문제가 없으면 무기징역 등으로 감형하는 것을 말한다. 군사법원은 구쥔산의 사형집행 유예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구쥔산의 수뢰액은 엄청나고 죄질도 매우 나쁘지만, 조사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범죄 행위를 진술하고 이를 증명해 매우 큰 공을 세웠다”며 “(형량) 감경 사유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누구의 범죄 행위를 진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무기징역),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病死), 궈보슝(郭伯雄)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사법처리 진행 중)과 같은 더 큰 ‘호랑이’(고위급 부패관료)들에 대해 ‘플리 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 협상제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쥔산의 부패상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1월 압수수색한 구쥔산의 허난(河南)성 푸양(?陽)시 별장은 ‘보물창고’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장군부’로 불리는 이 별장 지하실에는 뇌물로 받은 ‘선물’이 트럭 4대에 가득 실려 운송됐다. 압수수색을 맡은 한 관계자는 “이 중에는 일반인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물건이 상당수 있어 캄캄한 밤을 이용해 운송했다”고 전했다.

20명의 무장경찰이 이틀에 걸쳐 압수한 ‘선물’ 중에는 순금으로 만든 마오쩌둥(毛澤東) 조각상과 번쩍거리는 황금 세면기, 순금으로 도배한 모형 배, 값비싼 호피와 아프리카산 상아 수십 kg 등이 포함됐다. 특히 한 병당 1500 위안이 넘는 명품 술 마오타이(茅台)주 15년~100년산은 셀수 없이 많았다. 구쥔산의 두 형제도 그의 집 옆에 집을 소유해 30m 이상의 지하실로 연결돼 있었으며 마오타이주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마오타이주의 압수분량만 트럭 2대분에 해당하는 1만병에 이른다는 전언이다. 부패척결에 명운을 걸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구쥔산의 집에서 마오타이주 1만병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전쟁 준비를 하는데 이런 물자도 필요하냐”며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쥔산의 엽색 행각도 ‘역대급’이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를 중국어로 불러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군 출신 유명 여가수 탕찬(湯燦)을 비롯해 두 명의 신인 여배우, 한 명의 유명 MC, 한 명의 화이트 칼라 직업여성 등 5명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 여가수 탕찬은 구쥔산을 포함해 최근 각각 비리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를 받은 저우융캉(周永康·73)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 수많은 권력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68억 위안을 들여 3곳의 미용실을 열기도 했다. 이들 미용실에는 모두 79채의 호화 별실이 마련돼 있으며, 그의 정부(情婦) 23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시황과 같은 호화판 삶을 살다가 끝내 차디찬 영어(囹圄)의 몸이 된 구쥔산의 ‘재테크’ 방법은 토지관리 권한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모았다. 그는 총후근부 부부장으로 승진하기 전 인민해방군의 부동산 관리와 인프라 건설을 맡아 군사용 토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리베이트를 상납하게 베이징 도심의 금싸라기 땅에 있는 수십채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등 부동산 300여채를 보유하고 있다. 구쥔산은 군 당국의 조사과정에서 선물로 주기 위해 아파트를 보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서는 20억 위안에 군 토지를 팔아 6%를 리베이트로 챙기기도 했다. 구쥔산은 특히 자신을 ‘홍색(공산혁명 자녀) 혈통’으로 둔갑시키는 신분세탁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 위해 작가를 고용해 아버지를 혁명 열사로 만드는 자서전을 쓰게 하고, 고향인 푸양에 혁명열사 묘지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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