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62%에서 ‘칸하이’ 현상’스펀지 도시’ 프로젝트 개시
비만 내리면 온시내가 물에 잠기는 중국의 도시 풍경은 익숙한 모습이 됐다. 최근 중국 동남부 지역을 휩쓴 태풍 사우델로르도 푸저우(福州), 원저우(溫州) 등 도시를 침수시키며 큰 피해를 남겼다.고질병이 된 침수 현상은 각 도시의 배수체계가 급속히 진전된 도시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배수관이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빚어졌다.
중국 주택건설부가 최근 351개 주요 도시의 배수능력을 주제로 조사를 벌인 결과 2008년부터 2010년까지 62%의 도시에서 침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인민망(人民網)이 12일 보도했다.
한차례 큰 비가 쏟아지면 주민들이 ‘바다를 봤다’고 놀려대는 통에 중국 도시의 상습 침수는 ‘칸하이’(看海) 현상으로 불린다.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에서도 비가 올 때마다 주요 간선도로인 둥성(東升)로가 ‘바다’로 변하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정도의 침수가 매번 계속되는 곳으로 창사시에는 이런 상습 침수도로가 65곳에 달한다.
이 같은 침수는 배수관이 100년이 넘었을 정도로 오래됐기 때문이다. 창사시는 1920∼1930년대에 매설된 배수관을 기반으로 계속 개보수 공사를 해왔지만 침수를 근본적으로 막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배수관의 누수가 심한데다 진흙, 오물로 막혀있는 곳이 태반이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주요 도시의 낙후된 배수 문제를 중국 정부도 인식하기 시작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달 28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중국이 급속한 도시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지하 배수 체계는 오히려 정체, 또는 후퇴하고 있다”며 “도시 배수체계의 선진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재정부, 수리부, 주택건설부는 올초부터 ‘스펀지 도시’라는 중단기 배수체계 완비 계획을 세우고 우한(武漢), 난닝(南寧) 등 16개 도시를 국가급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상습 침수에 시달렸던 우한시는 ‘칸하이와 이별을 고하자’는 구호를 내세우고 앞으로 3년간 107억 위안을 투입해 배수, 정수, 상수도 공급 체계를 완비하자는 3수(三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우한시는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017년이면 빗물의 70%를 회수할 수 있게 되고 침수가 20년에 한번 발생할 정도의 배수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한시 외에도 베이징(北京), 청두(成都) 등 상당수 도시들이 최근 배수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침수 방비 체계 구축에 나섰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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