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테러당한 필리핀 두테르테 ‘법보다 주먹’…철권통치 우려

고향 테러당한 필리핀 두테르테 ‘법보다 주먹’…철권통치 우려

입력 2016-09-05 11:22
업데이트 2016-09-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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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군도 동원해 테러단체·마약 응징”…인권기구 “국민권익 침해 감시”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공포정치’가 지난 2일 일어난 폭탄 테러를 계기로 더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의 한 야시장에서 폭탄 테러로 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필리핀이 ‘무법 상황’에 빠졌다고 선언하며 경찰이 맡은 치안 업무에 군대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선언에 따른 응징 대상으로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와 마약범죄를 꼽았다. 군경 합동으로 테러단체 및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아부사야프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를 추종하고 있으며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 암살을 모의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약조직의 소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법 상황 선언이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고 군이 행정·사법권도 통제하는 계엄령과는 다르다는 것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취임 이후 마약 용의자 현장 사살로 인권 침해, 법치 실종 논란에 휩싸인 두테르테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인권기구를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약 2개월간 필리핀에서는 마약 용의자 2천400여 명이 사살됐다. 이 중 1천11명은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 사살됐고 나머지는 자경단과 괴한의 총에 맞아 죽었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CHR)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무법 상황 선언과 관련, 국민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는지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5일 전했다.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테러단체와 마약 척결을 명분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치토 가스콘 CHR 위원장은 “위기나 테러 공격 때 행정당국에 법과 질서 회복을 위한 일부 재량이 주어진다”며 “그러나 법 집행 관리들은 시민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참파 파텔 동아시아·태평양 선임 연구고문은 “불법 처형과 임의 체포를 비롯한 인권 침해에 의존하는 것은 폭력과 권한 남용을 추구하는 자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필리핀 정부에 인권 존중을 촉구했다.

레일라 데 리마 필리핀 상원의원은 이번 다바오 테러를 비난하면서도 “우리의 적은 테러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두테르테 정부의 강압 통치를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국내외 인권단체의 비판을 무시하는 등 반대세력을 인정하지 않는 ‘독주 정치’로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닮아간다는 말도 듣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나는 독재자가 될 계획이 없다”, “내 본분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런 평가를 일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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