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같은 고객 잃어서 행복” 아마존 CEO의 작심비판

“당신 같은 고객 잃어서 행복” 아마존 CEO의 작심비판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6-09 09:47
수정 2020-06-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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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AP 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AP 연합뉴스
“당신 같은 고객을 잃게 돼 행복합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거대 기업의 수장이 고객을 잃어 행복하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발언을 왜 공개적으로 했을까.

이는 아마존이 지난 3일 사회 정의와 관련된 기관에 1000만 달러(약 120억원)의 기부 약속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아마존도 인종차별 반대를 지지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아마존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흑인을 향한 불평등하고 잔인한 처우는 중단돼야만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베이조스 CEO가 “잃어서 행복한 고객”으로 칭한 이는 아마존의 인종차별 반대 행동을 비난하는 이메일을 보낸 고객이었다.

베이조스 CEO는 문제의 이메일도 함께 공개했다. 데이브라는 이름의 고객은 이 이메일에서 욕설이 포함된 모욕적 발언은 물론 인종차별적 의미가 담긴 속어를 써가며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연대를 표명한 아마존의 결정이 회사를 망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7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한 고객의 항의 이메일. 이 고객은 최근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아마존의 결정에 대해 욕설과 인종차별적 단어를 쏟아내며 비난했다. 이에 베이조스 CEO는 “당신 같은 고객을 잃어서 난 행복하다”고 맞받아쳤다. 2020.6.9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7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한 고객의 항의 이메일. 이 고객은 최근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아마존의 결정에 대해 욕설과 인종차별적 단어를 쏟아내며 비난했다. 이에 베이조스 CEO는 “당신 같은 고객을 잃어서 난 행복하다”고 맞받아쳤다. 2020.6.9
베이조스 CEO는 문제의 이메일이 자신에게 온 “역겹지만 놀랍지는 않은” 이메일 중 하나라면서 “이런 종류의 증오는 그늘 속에 숨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이를 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데이브, 당신 같은 고객을 잃게 돼 난 행복합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베이조스 CEO는 지난 5일에도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에 대한 아마존의 지지를 비난하는 고객의 이메일을 공개한 바 있다.

베이조스 CEO는 이 이메일에 대해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다른 생명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이 운동은 우리의 법 집행·사법 체계 속에서 흑인들이 마주하는 인종차별과 불평등한 위험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난 스무살 아들이 어느 날 붙잡혀 목이 눌린 채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흑인 부모들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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