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라 비커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 BBC의 로라 비커 서울 특파원이 찍어 올린 한국의 격리식이다. 간식으로 컵라면도 넣어주고 쓰레기로 배출할 때 쓰라고 위생장갑까지 챙기는 배려가 돋보인다.
로라 비커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로라 비커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반면 싱가포르의 격리식은 첫눈에 봐도 입맛을 딱 떨어지게 만든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조시 푸체 귀본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노르웨이 베르겐에 가족을 보러 갔다가 격리됐던 조시 푸체 귀본이 받은 격리식. 한국인이 열흘 이상 저런 음식을 먹는다면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다.
조시 푸체 귀본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조시 푸체 귀본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수도승이나 입안에 밀어넣을 만한 과일 시럽 같기도 하고, 건강 대체식처럼도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불러온 올해의 음식 트렌드, 바로 격리식이다. 2주 내내 결코 얼굴을 보지 못하는 누군가가 문 앞에 놔둔 격리식을 방안에 들어가 꼬박 세 끼를 먹어야 했던 사람들,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일 것이다.
연초 미국에서 돌아와 호주 멜버른의 방안에서 블루베리 머핀에 계란 등을 격리식으로 챙겨 먹은 헨리 파험은 단조로운 벽만 쳐다보다가 하루 세 번 문을 여는 순간이 그나마 가장 흥분되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단조로움과 지겨움이 단조로운 입맛보다 더 고역이었다고 표현한 셈이다. 반면 싱가포르에서 격리식을 먹어 본 영국 BBC의 플로라 드루리 기자는 학교 다닐 때 형편없는 급식을 먹는 기분이었다고 30일 돌아봤다.
그런데 역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은 각국 격리식 가운데 과연 한국 것은 어떤가 하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격리식이 물려 못 먹겠으니 짜장면이나 치킨, 피자를 시켜달라고 생떼를 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내년부터 군대에도 채식이 배급된다는 소식에 고무돼서인지 격리식으로 채식을 줘야 한다는 기사마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BBC의 로라 비커 서울 특파원은 격리식 사진을 올리며 일부 사람들이 “기내식을 긍정적으로 비튼 것”이라고 반색한다고 전했다. 컵라면으로 요기할 수 있게 하거나 위생장갑을 넣어 나중에 쓰레기 배출할 때도 위생을 살피도록 배려한 것이 돋보인다.
이에 반해 스리랑카에서 격리된 이는 달(거의 가미되지 않은 빵)과 국수만 먹었다고 몇달이 지난 지금도 울먹인단다. 싱가포르에서 파스타만 먹었다는 이는 “벌레처럼 생겼다”고 몸서리를 쳤다. 쥐꼬리 모양 국수를 먹어야 했다고 불평을 털어놓은 이도 있었다.
노르웨이 베르겐에 딱 일주일 밖에 격리 안된 조시 푸체 귀본은 “어제도 오늘도 파스타만 먹었다. 해서 안 먹겠다고 그냥 놔뒀더니 채소와 샐러드만 가득 넣은 식판을 놔뒀더라. 천국 같았다”면서도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해내고 싶은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연어를 좀 먹었으면 싶었는데 그게 며칠 계속 나오니까 그것도 지겨웠다고 했다. 사실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입맛대로 식단을 제공하기란 버거운 일이다.

샘 로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을 다녀왔다가 뉴질랜드에서 격리됐던 바리스타 샘 로는 왼쪽 격리식을 갖고 오른쪽 예술 작품을 만들어봤다. 심심파적이기도 했고 맛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샘 로 인스타그램 캡처
샘 로 인스타그램 캡처
로는 사진들이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 “어떤 여건이나 상황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드루리 기자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아무리 긍정적 요소를 찾는다 해도 격리식은 2020년에 남아 있어야 하는 트렌드였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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