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팬암기 폭파 테러…미 법무부 “폭탄 제조범 미국에 구금 중”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1988년 미국 팬암기에 대한 폭파 테러로 270명의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 폭탄 제조범이 미국에 구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 법무부는 11일(현지시간) 팬암기에 실렸던 폭발물을 제조해 여행가방에 넣은 혐의로 2020년 12월 기소된 아부 아길라 모함마드 마수드가 미국에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고 CNN 등이 전했다. 마수드는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의 주요 폭탄 제조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기소 당시 리비아에 구금됐던 마수드가 어떤 경로를 거쳐 미국으로 이동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리비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수드는 수도 트리폴리의 자택에서 지난달 16일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현재 미국에 구금된 마수드가 컬럼비아특별구의 지방법원에 첫 출두할 것으로 예상했다. 1988년 12월 21일 런던에서 뉴욕을 향해 이륙한 팬암 103기는 38분 만에 스코틀랜드 남부 로커비 상공 3만 1000피트(약 9.5㎞)에서 폭발해 ‘로커비 테러’로도 알려져 있다.
이 사고로 당시 기체에 탑승했던 259명과 지상에 있던 11명이 사망했다. 이후 미국과 영국 당국이 폭발의 원인으로 기계적인 결함이 아니라 폭탄 테러를 지목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초기 용의자로 붙잡힌 압둘라 바셋 알리 알 메그라히와 알 아민 할리파 피마에 대한 재판은 2000년 5월 시작됐다. 이 가운데 피마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메그라히는 2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말기 전립선암 판정을 받아 2012년 사망했다. 이 사건 배후로 지목됐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2011년 생포돼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CNN은 마수드의 경우 2016년 별도의 사건으로 리비아에서 체포된 뒤 팬암 여객기 폭발물 제작 혐의를 자백했다고 전했다. 마수드는 신원 미상의 리비아 정보 당국자의 지시를 받고 메그라히와 피마를 만났다. 사건 당시 마수드는 이들에게 폭발물이 11시간 후 터지도록 타이머를 맞추라고 안내했다.
김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