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정장 바지에 월경혈…“뭐 어때” 女의원, 국회 출석 거부당해

흰색 정장 바지에 월경혈…“뭐 어때” 女의원, 국회 출석 거부당해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3-03-10 07:17
업데이트 2023-03-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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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생리) 얼룩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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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글로리아 오워바 상원의원이 붉은 자국이 묻은 하얀색 바지 정장을 입고 의회에 출근하고 있다. 글로리아 오워바 트위터 캡처
케냐의 글로리아 오워바 상원의원이 붉은 자국이 묻은 하얀색 바지 정장을 입고 의회에 출근하고 있다. 글로리아 오워바 트위터 캡처
케냐 여성 의원이 흰색 정장 바지에 월경혈로 보이는 붉은 자국을 묻힌 채 나타났다.

10일(한국시간) AP통신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의회에 나타난 여성 상원의원 글로리아 오워바(37)의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붉은 자국을 묻힌 바지를 입고 “나도 바지에 묻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니 (갈아입지 않고) 그냥 왔다”고 강조했다.

오워바 의원이 붉은 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나타난 날, 그는 국회 출석을 거부당했다.

의회 측이 밝힌 출입 거부 사유는 ‘복장 규정 위반’이었지만, 월경혈로 추정되는 흔적에 대한 아프리카 특유의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 남성의원은 “아내와 딸도 월경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바지에 실수로 묻은 건지, (다른 염료로) 일부러 속인 건지는 모르겠다”면서 “너무 외설적인 행동”이라고 반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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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글로리아 오워바 상원의원이 붉은 자국이 묻은 하얀색 바지 정장을 입고 나이로비 학교를 찾아 무료 생리대를 나눠주고 있다. 글로리아 오워바 트위터 캡처
케냐의 글로리아 오워바 상원의원이 붉은 자국이 묻은 하얀색 바지 정장을 입고 나이로비 학교를 찾아 무료 생리대를 나눠주고 있다. 글로리아 오워바 트위터 캡처
생리대 무료 배포 행사 참석…“여성들은 뻔뻔해져야 한다”
오워바 의원은 의회는 떠나면서도 옷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한 학교를 방문해 생리대 무료 배포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여성들은 내 바지를 가려주는 등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런 선의의 행동조차 반갑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월경혈은 절대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배웠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워바 의원이 이같은 파격 행보에 나선 계기는 지난 2019년 케냐의 14세 소녀 근단적 선택 사건이다.

당시 소녀는 학교에서 첫 월경을 경험했고, 교복에 묻은 피를 본 학교 교사가 소녀를 “더럽다”고 비난하며 교실에서 내쫓았다. 이에 극도의 수치심을 느낀 소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워바 의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월경혈을 흘리고, 남에게 보이는 것은 결코 범죄가 아니다”고 강조하며, 아프리카의 고정관념 타파를 위해 뛰고 있다.

그는 케냐 전역의 여학생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자금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오워바 의원은 “월경권을 위한 최전선에 선 내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면서 “10대 아들에게도 월경하는 여학생에게 수치심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여성들은 뻔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0년 케냐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도시 지역 여성의 65%, 농촌 지역 여성의 46%만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프리카 여학생 10명 중 1명은 월경 기간마다 결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케냐 정부는 200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생리대 등 위생품 수입에 대한 세금을 삭감하고, 2017년에는 저소득층에 생리대 무료 배급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이후 예산이 점점 줄고, 일부 지역에선 생리대를 빼돌리는 등 부정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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