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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내다버린 매트리스…‘빈대 부활’ 프랑스 최근 상황 [포착]

길에 내다버린 매트리스…‘빈대 부활’ 프랑스 최근 상황 [포착]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11-08 16:43
업데이트 2023-11-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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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르세유 거리에 빈대 공포로 사람들이 내다버린 매트리스가 널려 있다. 틱톡 자료사진
프랑스 마르세유 거리에 빈대 공포로 사람들이 내다버린 매트리스가 널려 있다. 틱톡 자료사진
‘베드 버그 에피데믹’, ‘베드 버그 팬데믹’.

에피데믹(Epidemic)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위험단계 가운데 4~5단계, 팬데믹(Pandemic)은 그 다음 6단계를 지칭한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이런 감염병 단계에 빗댄 용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빈대(bed bug) 공포가 확산했다.

엑스(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빈대 공포로 사람들이 내다버린 매트리스가 파리와 마르세유 등 주요도시 곳곳에 널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는 좌석 덮개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아예 서서 가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최근 빈대 공포가 확산하면서 프랑스 파리 거리에 사람들이 버린 매트리스가 나뒹굴고 있다. 현지 주민 마리아 슈르센은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관련 동영상을 공유하며 ‘베드 버그 에피데믹’이라는 표현을 썼다. 2023.10.27. 마리아 슈르센 틱톡
최근 빈대 공포가 확산하면서 프랑스 파리 거리에 사람들이 버린 매트리스가 나뒹굴고 있다. 현지 주민 마리아 슈르센은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관련 동영상을 공유하며 ‘베드 버그 에피데믹’이라는 표현을 썼다. 2023.10.27. 마리아 슈르센 틱톡
주로 야간에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는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해충이다.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릴 경우 심한 가려움증, 피부 감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뉴욕과 홍콩, 파리 등에서는 빈대의 폭발적인 증가가 보고됐다.

뉴욕의 빈대 발생 건수는 2004년 82건이었으나 6년 뒤인 2010년에는 4808건으로 늘어났고, 같은해 미국은 ‘빈대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파리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아파트 거주자 10명 중 1명이 빈대를 경험한 적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20년 대대적인 빈대 퇴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9월부터는 고속열차(TGV) 등에 빈대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잇따랐고 공포는 프랑스 주요도시로 확산했다.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불거진 빈대 문제는 공중보건에 대한 의문으로도 이어졌다.

빈대 공포 한국 상륙…정부, 합동대책본부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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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예방’ 꼼꼼한 방역 작업
‘빈대 예방’ 꼼꼼한 방역 작업 8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교통공사 용산차량기지에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빈대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특별 살충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3.11.8 연합뉴스
이런 빈대 공포는 한국에도 상륙했다. 지난달부터 전국 곳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수십 건의 빈대 신고가 빗발쳤다.

8일 정부 합동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등에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 건수는 30여건이다.

빈대는 1960년대 새마을 운동과 1970년대 DDT 살충제 도입 등으로 한국에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4년부터 약 10년간 질병관리청에 접수된 빈대 관련 신고는 9건에 불과했다.

정부는 빈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까지 출범시키는 등 국가적 차원의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는 이달 3일 행안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환경부, 국방부, 교육부 등 10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빈대 합동 대책본부를 꾸렸다.

각 지자체도 빈대 출현 가능성이 높은 업소에 대해 합동점검을 하거나 소독작업을 진행하는 등 해충 퇴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십만년 전 동굴에서부터 인류와 ‘아찔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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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기숙사에 출몰한 빈대. 페이스북 캡처
계명대 기숙사에 출몰한 빈대. 페이스북 캡처
사실 빈대는 오래 전부터 인류와 함께한 ‘반려충’이다.

과학전문기자 브룩 보렐의 책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위즈덤하우스·김정혜 옮김)에 따르면 빈대는 수만년에서 수십만년 전 현재 중동 지역인 지중해 해안 지방 동굴에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박쥐에 기생했으나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 동굴로 들어온 인류의 조상에게 옮겨갔다. 빈대와 인류 간 본격적인 동거의 시작인 셈이다.

이후 원시 인류들이 세계 곳곳으로 이동함에 따라 빈대도 덩달아 세계 각지로 퍼지게 됐다.

미국 켄터키대학교 도시 곤충학자 재커리 드브리스 조교수는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 방송에서 “빈대는 인류 역사 내내 골칫거리였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3500년 이상 된 이집트 파라오 시대의 무덤에서도 빈대의 흔적이 발견됐을 정도다.

이후 빈대는 컨테이너 무역과 관광, 이민 등 세계화 가속과 함께 인간 숙주에 붙어 전 세계를 누비게 됐다.

그럼 왜 유독 최근 들어서 빈대가 자주 눈에 띄는 걸까.

살충제 내성 새로운 빈대종 출현
희미해진 ‘집단 기억’에 부풀려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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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하철과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후 빈대를 발견했다는 목격담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지하철과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후 빈대를 발견했다는 목격담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살충제에 내성이 있는, 저항성 유전자를 가진 새로운 빈대종의 출현을 원인으로 꼽는다.

빈대는 1940~1950년대 광범위하게 살포된 살충제 DDT 영향으로 일상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러다 1990년대 말 DDT 살충제에 내성이 있는 개체군이 등장했다. 어떤 빈대는 살충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갖추고 살충제가 신경계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외골격이 두꺼워지기도 했다.

여기에 ‘빈대 포식자’였던 바퀴벌레 수까지 줄면서 빈대 박멸이 어렵게 됐다.

다만 이런 새로운 빈대종은 최근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닌데, 한동안 눈에 안 보이다 보이니 눈에 더 잘 띄는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 주요 병원의 곤충학자 장미셸 베랑제는 “빈대에 대한 조치가 빠를수록 좋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문제가 과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BBC에 빈대에 대한 ‘집단 기억’이 희미해져 공포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켄터키대학교 도시 곤충학자 재커리 드브리스 조교수도 “파리의 빈대들도 단기간에 나타난 것이 아닐 것이다. 제 생각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문제가 있었으나 빈대가 우연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주목을 받게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최근 빈대 공포가 확산하면서 프랑스 파리 거리에 사람들이 버린 매트리스가 나뒹굴고 있다. 현지 주민 아르야 본드는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관련 동영상을 공유하며 ‘베드 버그 팬데믹’이라는 표현을 썼다. 2023.10.27. 아르야 본드 틱톡
최근 빈대 공포가 확산하면서 프랑스 파리 거리에 사람들이 버린 매트리스가 나뒹굴고 있다. 현지 주민 아르야 본드는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관련 동영상을 공유하며 ‘베드 버그 팬데믹’이라는 표현을 썼다. 2023.10.27. 아르야 본드 틱톡
한국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있다.

A방역업체 관계자는 5일 머니투데이에 “요즘 ‘빈대가 서울에 상륙했다’고들 하는데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라며 “모텔, 고시원, 가정집, 5성급 호텔까지 빈대 방제 작업을 한 지 이미 7~8년은 됐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펜데믹 해제로 해외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빈대 목격담도 그만큼 많이 쏟아지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편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지만, 인체 흡혈로 수면을 방해하고 가려움증과 이차적 피부 감염증 등을 유발한다.

빈대로 인한 반응이 나타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른데 최대 10일까지 걸릴 수 있다.

빈대에 물리면 우선 물과 비누로 씻고 증상에 따른 치료법과 의약품 처방을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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