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편견 깨는 美사회…구호 넘어 일상 바꾼다

인종 편견 깨는 美사회…구호 넘어 일상 바꾼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6-11 22:12
수정 2020-06-12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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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페이스’ 작품 퇴출… IBM·아마존 얼굴인식 SW 경찰 사용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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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지난 시즌 첫 작품으로 올렸던 거슈윈 오페라 ‘포기와 베스’. 이 오페라단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출연진을 흑인 성악가로만 구성했다. 최근 단원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작품 선정과 출연진 섭외 등에서 인종다양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요구를 극장 측에 제시했다. 뉴욕메트오페라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지난 시즌 첫 작품으로 올렸던 거슈윈 오페라 ‘포기와 베스’. 이 오페라단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출연진을 흑인 성악가로만 구성했다. 최근 단원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작품 선정과 출연진 섭외 등에서 인종다양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요구를 극장 측에 제시했다.
뉴욕메트오페라
조지 플로이드가 기업, 영화·공연계, 출판계, 정보기술(IT) 업계 등 미국 사회 곳곳에 숨었던 인종차별적 요소들을 바꾸고 있다. 분노의 표출이나 정치적 쟁점화를 넘어 일상과 주변의 삶부터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미국 시민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10일(현지시간) 음악전문매체 오페라와이어에 따르면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단원들은 전날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새 시즌 작품 선정과 출연진 섭외, 극장 고위직 인선 등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를 극장 측에 전달했다.

●오페라 ‘오텔로’ 스트리밍 블랙페이스 논란

통상 백인 주류가 향유하는 클래식 음악의 특성상 오페라 무대에서 흑인을 보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메트오페라는 지난해 흑인 가수들만 무대에 오른 거슈윈 오페라 ‘포기와 베스’를 초연하고 매리언 앤더슨, 캐슬린 배틀 등 1세대 흑인 가수들의 목소리를 담은 특별음반을 출시하는 등 성악 역사 속의 흑인들을 조명한 바 있지만, 정작 미 전역에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7일 백인이 흑인 분장을 하는 이른바 ‘블랙페이스’ 논란이 따라다니는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를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내보냈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단원들이 나서 세계 오페라시장의 정점에 서 있는 최고 극장으로서 윤리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요구 사항을 전달하며 “최근 몇 주간의 사건은 메트오페라가 어떻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우리 단원들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성찰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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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흑인 여성은 최근 미 출판계에서 인기를 끈 흑인 여성작가 앤지 토머스의 책 ‘당신이 남긴 증오’의 표지.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서 있는 흑인 여성은 최근 미 출판계에서 인기를 끈 흑인 여성작가 앤지 토머스의 책 ‘당신이 남긴 증오’의 표지.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흑인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블랙페이스’나 인종적 편견을 담은 대중문화 작품들도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노예제도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HBO맥스의 스트리밍 상영작 리스트에서 제외됐고, 넷플릭스도 ‘마이티 부시’ 등 유색인종 분장을 한 배우가 나오는 작품의 상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반면 아마존 등에서는 제임스 볼드윈과 앤지 토머스 등 흑인 작가들의 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얼굴 인식과 같은 첨단기술도 인종차별 논란으로 사용이 중단됐다. CNBC는 IBM에 이어 아마존도 자사가 개발한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경찰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술은 유색인종일수록 범죄자로 판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NS서 기업 내 흑인 임직원수 공개 캠페인

기업 내 인종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 기업들을 상대로 자사 내 흑인 임직원 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30대 흑인 여성의 제안으로 시작됐는데, 플로이드 사건 때 적극적으로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냈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정작 그간 유색인종 채용을 외면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내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AP는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흑인 최고경영자(CEO)는 2012년에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현재는 4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6-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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