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데자뷔’ 홍콩의 택시운전사, BBC 기자에 “우리의 싸움 전해달라”

‘5·18 광주 데자뷔’ 홍콩의 택시운전사, BBC 기자에 “우리의 싸움 전해달라”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9-09-11 15:13
수정 2019-09-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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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중국 특파원 트위터 올려
택시기사, 요금 안 받겠다 사양
“‘홍콩은 포기 안 해’ 전해달라”
‘홍콩판 택시운전사’ SNS 화제

‘임을 위한 행진곡’ 홍콩 울리기도
6월 시작된 홍콩 시위 석 달째
미 의회, ‘홍콩 민주주의법’ 추진
시위대 이끄는 조슈아 웡, 독일행
영화 택시운전사(2017) 포스터
영화 택시운전사(2017) 포스터
“기자 양반, 요금은 안 받겠소. 고마운 건 내쪽이오. 부디 세상에 전해주시오. 홍콩 사람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울 거라고.”

영국 BBC방송의 중국 특파원인 스티븐 맥도넬은 지난 9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가슴 뭉클한 일을 겪었다. 공항까지 자신을 태워준 택시기사가 한사코 요금을 사양한 것이다.

이름 모를 택시기사는 외신 매체가 있어 정말 고맙다면서 맥도넬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러면서 자유를 쟁취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홍콩 시위대의 싸움을 세상에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맥도넬은 이 일을 트위터(@StephenMcDonell)에 즉시 올렸다. 그의 글은 5000번 이상 리트윗되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맥도넬은 “홍콩의 정치적 위기로 이 택시운전사의 생계는 곤란해졌을 것”이라면서 “시위대 때문에 장사에 피해를 본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물론 만났지만, 시위대를 지지하는 자영업자가 이처럼 많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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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최루가스 쏘는 홍콩 경찰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최루가스 쏘는 홍콩 경찰 24일 밤 홍콩 웡타이신 지역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진압경찰이 최루가스를 쏘고 있다. 2019.8.25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및 중국 재외국민을 비롯한 트위터리안은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댓글을 1000건 이상 남겼다.

이 가운데는 맥도넬의 사연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중국어, 영어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방탄소년단을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한 트위터리안은 “훌륭한 한국 영화 한편이 생각난다”고 적었다. “택시운전사의 홍콩버전”이라는 평도 있었다.

또다른 이용자는 이 영화의 상세한 줄거리를 언급하며 “언젠가 홍콩 시위도 더 많은 영화와 TV작품으로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적었다.

그러자 맥도넬은 택시운전사의 포스터를 첨부하면서 “정말 좋은 영화다. 실화를 담은 놀라운 이야기다. 강력 추천”이라고 화답했다.
BBC 중국 특파원 스티븐 맥도넬 트위터. 2019.9.11
BBC 중국 특파원 스티븐 맥도넬 트위터. 2019.9.11
2017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까지 태워준 택시기사 김사복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총 관객수 1219만명을 기록한 이 영화에서 배우 송강호씨는 신군부의 무자비한 살상을 목도하고,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려 한 힌츠페터를 적극적으로 돕는 택시운전사를 연기했다.

영화는 같은 해 9월 홍콩과 대만에서도 개봉됐다. 영화를 본 현지 시민들은 당시 SNS에 “우리는 언제쯤 역사를 직면할 수 있을까”, “스크린에 당신들의 이야기를 옮길 수 있다니 부럽다”, “객석이 울음바다였다”, “비슷한 어떤 사건(텐안먼 사태)이 자꾸 생각난다”는 등의 감상평을 남기며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했다.

지난 6월 9일 시작돼 3개월간 이어진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홍콩 시민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촛불집회 등 한국의 민주화 투쟁을 거울 삼기도 했다.

시위 초기 통기타를 든 한 참가자는 “구글에서 ‘광주의 노래’를 검색해보라. 한국영화 3편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을 봤다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라며 “광주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노래가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소개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의 이야기에 분노해 항의의 뜻으로 눈에 붕대를 감고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를 벌였다. 2019.8.12  로이터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의 이야기에 분노해 항의의 뜻으로 눈에 붕대를 감고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를 벌였다. 2019.8.12
로이터 연합뉴스
이 참가자가 중국어 가사를 붙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는 영상은 SNS에서 화제가 됐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에 대한 자국 언론의 보도를 통제하는 가운데 홍콩 시민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해줄 국제 언론에 크게 의존하는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시위대는 현장을 취재하는 외신 기자들이 다치지 않게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도 한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진압에 나서자 현장을 중계하는 외국인 기자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안전모를 쓰게 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취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홍콩 시위는 3개월 째 접어들었다. 시위대는 송환법의 완전한 철회와 시위대에 대한 폭도 지정 철회 및 홍콩 경찰의 무력진압에 대한 정식 사과, 체포된 시위대의 전면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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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홍콩 AFP 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홍콩 AFP 연합뉴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시위대를 범죄집단으로 규정하고 “모든 범죄행위는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는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를 지속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과 함께 홍콩의 기본 자유를 억압한 책임이 있는 자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편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은 9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홍콩은 새로운 냉전시대의 베를린”이라며 “자유 세계가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우리와 함께하길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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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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