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부자들의 사냥에 쓰일 뻔한 매 75마리 야생에 “훨훨”

걸프 부자들의 사냥에 쓰일 뻔한 매 75마리 야생에 “훨훨”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0-19 11:44
업데이트 2020-10-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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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레딧 닷컴에 소개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사진.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민항 여객기 안의 좌석 테이블 위에 80마리의 매가 앉아 있다. 아흐멧 야사르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7년 레딧 닷컴에 소개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사진.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민항 여객기 안의 좌석 테이블 위에 80마리의 매가 앉아 있다.
아흐멧 야사르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3년 전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민항 여객기 안의 좌석 테이블 위에 80마리의 매가 앉아 있는 사진이 레딧 닷컴에 소개돼 세계인의 눈길을 붙잡은 적이 있다. 기업인 아흐멧 야사르가 촬영한 사진이었는데 그는 창공을 훨훨 날아다녀야 할 매들이 걸프 부자들의 매사냥에 쓰이려고 사람들처럼 비좁은 여객기 안에 실려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영국 BBC에 털어놓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인데도 중동 지역에서 한 마리에 2억원 넘게 거래되는 사냥용 매 74마리가 파키스탄에서 밀반출될 뻔했는데 구조돼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AF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이 전했다.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의 세관 당국은 항구 주변의 주택에 매들이 밀반출을 기다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급습, 매 74마리와 방울깃작은느시(Houbara bustard) 한 마리를 압수했다. 모하맛 사키프 사이드 관세청장은 “압수된 새들은 모두 멸종위기종이자 희귀종으로 거래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며 “암시장에서 거래됐다면 2억 루피(14억원) 정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매들이 실제로 중동 경매시장에서 거래될 때는 훨씬 비싸게 팔린다. 지난 1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경매에서 어린 매 한 마리가 무려 65만 리얄(2억원)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당국은 매와 방울깃작은느시를 밀반출하려던 피의자 두 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며, 압수한 새들은 모두 야생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1년에도 카라치 당국은 카타르 왕실 사람들이 적절한 서류 없이 파키스탄에서 밀반출하려던 52마리의 매를 압수해 자유롭게 놓아준 적이 있다.

매는 주로 중동 부호들이 매사냥에 쓰려고 돈을 아까지 않는 품목이다. 파키스탄 밀렵꾼들은 북부 산악지대에서 매를 불법으로 잡아 밀수출한다. 두루미와 닮은 방울깃작은느시는 사막에 서식하는 새로, 고기에 진통 효과가 있다고 아랍 부자들이 믿고 있다. 걸프 지역 부호들은 겨울에 이라크,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의 사막에서 캠핑하면서 매사냥을 즐기곤 한다.

파키스탄에서는 올해 초 200마리의 매가 특별허가를 받아 카타르로 수출됐다고 AFP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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