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도발에 대응 나선 中
시장경제 인정 거부해… EU도왕이 “제 발등 찍는 일” 발끈
北과 군사 훈련 재개 가능성도
中양제츠, 트럼프측과 첫 접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자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고할 뜻을 밝힌 것을 기점으로 중국이 트럼프와 일전불사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트럼프 당선자 측의 공격에 ‘취임 때까지는 지켜보자’는 자세였으나 트럼프가 중국의 영토·주권 문제인 대만을 매개로 싸움을 걸어오자 정면 대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와는 별도로 트럼프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 방문차 뉴욕을 경유한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비롯한 트럼프 인수위 측 고문들과 만났다. 중국의 외교담당 실무사령탑인 양 국무위원과 같은 고위인사가 트럼프 당선자 측과 공식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통화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는 논조를 유지해 왔던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1면 머리기사로 “트럼프는 중국을 모욕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자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끝내 인정하지 않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전격 제소했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15년 전 WTO에 가입할 때 맺은 협정에 따라 지난 11일부로 중국은 시장경제 지위를 자동으로 획득했어야 하나, 미국과 EU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은 합법적 권리를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80여 개국은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고 있지만 미국, EU, 일본 등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반덤핑 조사 시 중국 제품의 중국 내 가격과 수출 가격을 비교해 덤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비싼 한국 등 제3국의 가격과 중국 수출품의 가격을 비교해 덤핑 여부를 판단한다. 중국에 부과된 반덤핑 관세 케이스의 80%가 미국과 EU에서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또 사상 처음으로 필리핀에 사실상 무상인 25년 분할 납부라는 획기적인 조건으로 무기를 팔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트럼프와 친해질 조짐을 보이자 큰 선물을 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에 대한 중국의 ‘반격 카드’는 무역·투자, 북한, 기후 변화, 대만, 이란 등 5가지”라면서 “특히 중국이 북한의 떨떠름한 동맹국에서 우호적인 이웃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북한과의 공동 군사훈련도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이며 핵확산 방지 약속에 대한 대가로 ‘마셜플랜’ 스타일의 경제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12-1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