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법원 ‘복지관광’ 제동… 英·獨 환영

유럽법원 ‘복지관광’ 제동… 英·獨 환영

입력 2014-11-13 00:00
수정 2014-11-1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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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노력 안 하는 이민자에겐 복지혜택 무조건 제공할 필요 없다”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적극적인 자구 노력이 없는 이민자에게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복지 혜택을 무조건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복지관광’을 우려하던 서유럽국가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복지관광이란 동유럽국가 국민들이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서유럽국가로 건너가는 현상을 비난하는 용어다. 서유럽국가들은 EU 회원국을 늘려 가면서도 이민자로 인해 자국의 노동시장과 복지시스템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왔다.

실제로 2007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를 회원국으로 가입시키면서도 복지관광을 이유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9개국은 이들 나라에서의 이민을 막았고, 지난 1월에야 격렬한 논쟁 끝에 허용했다.

11일(현지시간) 내려진 ECJ의 판결은 독일로 이주한 루마니아의 엘리자베타 다노와 아들 플로린이 제기한 실업급여 등 사회복지 청구 소송에 대한 것이다.

다노 모자는 2010년쯤 루마니아에서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누이 집으로 건너와 살았다. 독일 정부는 자국인에게 적용하는 복지시스템 ‘하르츠Ⅳ’에 따라 이들 모자에게 육아, 주거, 난방 관련 지원을 계속하다 올해 들어 중단했다. 루마니아와 독일 어디에서도 일한 적이 없고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ECJ는 보도자료를 통해 “회원국 시민이 누리는 거주 이전의 자유는 다른 국가에서 첫 5년을 잘 보낼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지니고 있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오직 다른 회원국이 제공하는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이동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회원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첫 반응은 영국에서 나왔다. EU에 가장 회의적인 영국은 이미 지난 1월부터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을 차등 적용한 데 이어 회원국 간 거주 이전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 EU를 탈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트위터에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라면서 “이번 판결이 복지관광을 꺾어 놓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영국의 ‘EU 탈퇴 카드’가 무력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U 집행위원회 미나 안드레바 대변인은 “회원국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권이 사회복지시스템에 자유롭게 접속할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한층 더 명확하게 확인해 줬다”면서도 “복지 남용을 둘러싼 논쟁이 회원국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으니 더 이상의 논쟁은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4-11-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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