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측근 검사장 낙마하자 돌연 “검찰 개혁하라” 적반하장

아베, 측근 검사장 낙마하자 돌연 “검찰 개혁하라” 적반하장

김태균 기자
입력 2020-05-27 14:46
수정 2020-05-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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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20.3.2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20.3.2
AFP 연합뉴스
강권적인 검찰 장악 시도로 물의를 빚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돌연 ‘검찰 혁신’을 들고 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일련의 파행적 조치들로 검찰 신뢰를 실추시킨 장본인이 적반하장격으로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닦아세우고 나섰기 때문이다.

모리 마사코 일본 법무상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법무·검찰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다양한 지적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가칭 ‘법무·검찰행정쇄신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구에는 전직 판사, 변호사를 비롯한 법률 전문가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의 신뢰 위기를 유발한 장본인들이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권 핵심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개혁의 주체와 객체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상습도박 행위가 발각돼 옷을 벗은 구로카와 히로무 전 도쿄고검 검사장을 검찰총장에 앉히기 위해 올 1월 탈법적 정년연장 조치에 이어 최근에는 검찰청법 자체를 개정하려고 하는 등 검찰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들을 계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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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 스캔들’로 사표낸 구로카와 일본 도쿄고검장
‘마작 스캔들’로 사표낸 구로카와 일본 도쿄고검장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촬영된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의 모습. 모리 마사코 일본 법무상은 21일 구로카와 검사장이 최근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했다는 의혹이 한 주간지에 보도되자 이를 인정하고 이날 아베 신조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아베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2020-05-21,
도쿄 AP/교도 연합뉴스
구로카와는 아베 총리가 깊숙이 연관된 모리토모 학원 부당지원 및 정부문서 대량 조작 사건 당시 법무성 사무차관으로서 범법행위 연루자들을 전원 무혐의 처분하도록 앞장선 인물이다. 이 때문에 ‘정권의 수호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전형적인 정치 지향적 인사다.

특히 아베 총리는 그가 도박 혐의로 퇴출됐는데도 국가공무원법상 징계가 아니라 ‘훈고’(경고)라는 법무성 차원의 경미한 처분을 내리고 5900만엔(약 6억 7000만원)이라는 거액의 퇴직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뒤를 봐줬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결정을 검찰총장이 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

진정성이 안 보이는 본말전도의 조치에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친아베 성향의 요미우리신문도 “법무·검찰행정쇄신회의는 어떤 쇄신을 지향할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며 “개혁하겠다는 자세를 서둘러 보여줌으로써 정권에 대해 고조된 국민 비판을 완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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