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서 범인 취급받는 日감염자들 ‘복귀 트러블’

직장서 범인 취급받는 日감염자들 ‘복귀 트러블’

김태균 기자
입력 2021-02-14 16:42
업데이트 2021-02-1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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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생생리포트] 걱정보다 감염 경위·증상 등 캐물어
기업들 사내 확산 우려 “더 쉬어라”
복귀 후에도 차별·인권침해 시달려

일본의 수도 도쿄도의 직장인들이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를 쓴 채 출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의 수도 도쿄도의 직장인들이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를 쓴 채 출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나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직장 동료들은 흥미 위주로 당시 증상을 캐묻더군요.”

지난해 코로나19에 감염돼 3주간 재택근무를 하고 직장에 다시 나온 일본 회사원 A(20대·도쿄)씨는 복귀 당시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감염자 발생 사실을 익명으로 사내에 공표했지만 A씨라는 얘기가 금세 사내에 퍼졌다. 복귀하고 나니 “괜찮으냐”는 걱정을 넘어서 “어떻게 하다가 감염됐느냐”며 경위를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1만 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감염 후 복귀한 직장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 등 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14일 기준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치료, 격리 등을 마친 사람은 38만 1000여명. 이 가운데 상당수가 복귀 후 직장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감염자의 실명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근무지와 소속 부서 등은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내에서 ‘용의자 수색’과도 같은 상황이 빚어지기 일쑤다. 도쿄의 30대 여성 회사원은 “누가 감염됐는지 샅샅이 찾아내려는 사내 분위기 때문에 ‘범인’으로 드러나면 직장에 더 다니기가 어려울 판”이라고 말했다.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집이나 호텔 등에서 10일간 격리를 마치면 원칙적으로 재출근이 가능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며 더 오랫동안 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급제 비정규직 등일 경우 생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무성 인권옹호국에는 “나의 감염 사실을 직장 상사가 사내 통신망에서 발설하는 바람에 회사 사람으로부터 인권침해성 전화를 받았다”는 등 내용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워낙 크다 보니 감염자 정보를 확인하려는 행위 등을 마냥 비난만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도쿄상공회의소는 직장 내 감염자 발생 시 대응지침을 마련했지만 딱 부러지는 내용은 담지 못했다.

일본산업상담사협회 이토 도쿠미 상담사는 “코로나19에서 회복해 복귀한 사람들을 가해자 취급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감염 경위 등을 추궁하기보다는 복귀 환영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21-02-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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