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김태권 ‘漢나라’ 다룬 까닭은

만화가 김태권 ‘漢나라’ 다룬 까닭은

입력 2010-04-12 00:00
수정 201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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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열쇠 꺼내들다

해박한 지식과 재기발랄한 풍자를 담은 ‘십자군 이야기’로 유명한 만화가 김태권(36)이 한나라 400년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김태권의 한(漢)나라 이야기’(비아북 펴냄)다.

‘십자군’은 중세 상황에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을 빗대 인기를 끌었고, 김태권은 ‘조선왕조실록’의 박시백과 함께 지식교양 만화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지식교양 만화는 어린이 대상 학습 만화와 달리 성인 독자층을 겨냥한다.

그런데 김태권은 왜 21세기 한반도에서 2000년도 더 묵은 중국의 한나라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오래 전부터 한나라를 다루고 싶었다는 그는 머리말에서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열쇠가 한나라에 있다고 강조한다. “로마가 서양 역사에서 하나의 전범(典範)이듯, 한나라 역시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그러했다. 로마를 알면 서양 사회의 관습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한나라를 아는 것 역시 오늘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이 지점에서 불현듯 깨닫게 되는 사실 한 가지. 우리가 한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로마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진시황과 이사를 다룬 1권, 항우와 유방을 조명한 2권이 동시에 나왔다. 앞으로 여태후와 두황후, 문경지치, 한무제, 조조와 유비 이야기 등이 10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김태권이 이번 작업에서 견지하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초한쟁패를 항우와 유방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민초들이 들불같이 각성한 결과로 보는 등 영웅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 그리고 민담과 설화에 근거한 판타지적인 요소를 되도록 줄이고 객관적·보편적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십자군’에서는 만담식 개그 요소가 빛을 발했으나, ‘한나라’에서는 유쾌함이 상당히 줄었다. 글 읽는 재미에 비해 그림 보는 재미가 떨어지는 아쉬움도 있다. 그림체 탓인지 등장인물들이 서양 캐릭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4-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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