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 묻어나는 나무에 그린 그림

따뜻함 묻어나는 나무에 그린 그림

입력 2011-04-23 00:00
수정 2011-04-2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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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 15일까지 김덕용 개인전 ‘시간을 담다’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는 김덕용(50) 작가의 개인전 ‘시간을 담다’에는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대거 나와 있다.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김 작가는 화선지 대신 특이하게 나무를 택했다. “동양화에는 너무 법(法)이 많아서….”라는 게 이유다. 동양적 감성은 유지하되 갑갑한 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나무를 선택했다. 회화적 작업에 들어가기 이전 선사시대 암각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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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기본은 역시 오래 묵은 나무. 세월이 담긴 나무를 찾기 위해 옛 집이 헐렸다 하면 얼른 달려가 이런저런 나무들을 주워 온다. 고가구 느낌이 나는 나무를 제일 우선시한다. 때문에 대작들보다 소품들에서 더 묵은 맛이 우러나온다. 여기다 약간의 변형도 가한다. 옻칠을 하거나, 단청기법을 응용하거나, 한지를 눌러 붙이는 등 다양한 기법으로 기본바탕을 마련한 뒤 여기에다 그림을 올린다. 조각칼로 일정 정도 어루만지기도 한다. 시간을 담고 있는 결의 느낌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다.

희미한 옛 기억의 그림자를 더듬는 것은 언제나 따습다. 다루는 소재도 따뜻한 봄날 한적한 산길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는 소년 같은 것들이다. 스스로도 “계속 작업하다 마침내 따뜻한 느낌이 나올 때 그만둔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림은 사실적이라기보다 약간은 몽환적이다. 작가는 “동양화로 치자면 나는 사실적인 진경이라기보다 사의(寫意)적 전통 위에 서 있는 문인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의 작품은 제법 인기가 있다. 나무를 소재로 쓰는 작가가 드문데다, 누구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국제아트페어나 미술품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팔리는 블루칩으로 꼽힌다.

“컨템포러리 아트에 비하자면 특별한 이야깃거리도 없는 구닥다리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저는 진짜 아름다움은 그렇지 않다고 봐요.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다기보다 별말 없이 그윽한 시선으로 작품과 교감하고 포근한 느낌을 가져 보는 것, 그걸 느껴 보셨으면 해요.” (02)519-08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4-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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