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31일 저녁 ‘한국인의 밥상’
찬바람이 불면 우리를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들이 있다. 시베리아에서 수천㎞를 날아오는 겨울 철새들이다. 특히 철새들이 충남 태안군 천수만에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겨울을 맞아 오동통하게 속이 꽉 찬 조개들을 빼놓을 수 없을 터. 특히 천수만의 1~2월은 새조개의 계절이다. 사각거리는 촉감, 풍부한 핵산에서 나오는 은근 달큼한 감칠맛에 사람이나 철새나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름이 붙은 연유도 재미있다. 껍데기 속 조갯살 모양이 마치 새의 부리와 같다 해서 새조개라 불렀다는 게 정설이다. 잠수부가 바닷속에서 발견하면 발을 이용해 새처럼 도망간다 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KBS 제공

충남 태안군 천수만에서 수확한 ‘바다의 노다지’ 새조개 무침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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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가 서식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던 황토는 겨울 냉이에도 좋은 자양분이 된다. 미식가들은 겨울 냉이야말로 향이 진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최고로 친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가득 찬 겨울 냉이를 맛보고, 입맛 돋우는 데 최고라는 냉이 새조개 무침과 냉이튀김, 냉이된장국까지. 홍성 상원마을의 봄 냄새 가득한 냉이 밥상을 만나 본다.
천수만 사람들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게 어리굴젓이다. 크기는 작지만 차지고 날개가 많아 양념이 잘 배기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간월도 굴을 최고로 친다. 아직도 조새(굴 캐는 호미)로 굴 하나하나를 캐야 한다. 힘들게 얻은 귀한 굴이기에 간월도 아낙들은 굴젓을 숙성시키면 나오는 국물 또한 허투루 쓰지 않는다. 굴젓 국물 특유의 감칠맛이 일품인 간월도 밥상을 만나 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01-3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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