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은 왜 ‘알록달록 천자문’ 만들었을까

조선 왕실은 왜 ‘알록달록 천자문’ 만들었을까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17-01-09 20:52
수정 2017-01-1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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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硏 ‘장서각 소장’ 역해…세자·왕자 ‘돌잡이용’으로 추정

‘쑥색 비단’ 표지에 빨강, 파랑, 노랑, 분홍, 초록, 하양의 염료로 물들인 장지를 묶어낸 후 당대의 명필인 석봉 한호체를 쓴 알록달록 화려한 ‘천자문’. 바로 조선 왕실이 만든 ‘천자문’으로 장서각에 유일본으로 전하는 필사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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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왕실 ‘천자문’ 내지. 여섯 가지 색깔(적·청·황·홍·녹·백)의 염료로 물들인 장지를 쓴 게 특징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왕실 ‘천자문’ 내지. 여섯 가지 색깔(적·청·황·홍·녹·백)의 염료로 물들인 장지를 쓴 게 특징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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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가 1781년 9월에 그린 풍속화 ‘모당홍이상공평생도’. 모당 홍이상(1549~1615)의 일생을 그린 여덟 폭 병풍으로, 집안 돌잔치의 정중앙에 위치한 아기가 ‘돌잡이’로 천자문을 집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가 1781년 9월에 그린 풍속화 ‘모당홍이상공평생도’. 모당 홍이상(1549~1615)의 일생을 그린 여덟 폭 병풍으로, 집안 돌잔치의 정중앙에 위치한 아기가 ‘돌잡이’로 천자문을 집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이 9일 조선 왕실 자료의 문화사적 가치를 전하기 위해 ‘천자문-장서각 소장 왕실 천자문 역해’를 펴냈다.

특이하게도 한문학자와 국어사 전공자들이 공동으로 역해를 했다. 왕실 천자문이 사언고시 형식으로 된 만큼 ‘8자 2구’를 단위로 한문에 대한 기본 역해를 한문학자들이 썼다. 그리고 작은 글자로 적힌 한글 부분은 국어사 학자들이 각 글자의 음훈을 여러 이본과 비교해 풀어냈다.

왕실 천자문의 쓰임새도 주목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 책이 세자나 왕자의 돌상에 붓·실과 함께 놓였던 ‘돌잡이용’으로 추정한다. 아기의 시선을 끌기 위해 화려한 색상의 천자문을 따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안병희 전 서울대 교수는 해제에서 “돌이 된 세자나 왕자가 천자문을 집게 해 학문을 가까이 하였으면 하는 왕실의 바람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 천자문이 학습을 위한 책이 아니라, 돌상에 오른 책으로 보는 게 온당하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7-01-1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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