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예술로 그린 신자유주의 위기…“자본, 삶 지배하는 다층적 복잡체계”

영상예술로 그린 신자유주의 위기…“자본, 삶 지배하는 다층적 복잡체계”

함혜리 기자
입력 2017-02-22 21:20
수정 2017-02-2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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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설치작가 줄리언 첫 국내 개인전

영국을 대표하는 설치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아이작 줄리언(57)은 다양한 방법으로 신자유주의가 지배해 온 글로벌 경제의 위기를 예고해 왔다. 영화와 현대미술 사이를 오가며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해 온 그의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개인전 ‘아이작 줄리언: 플레이타임’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복합문화공간인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멀티스크린 영상 설치 작업은 2004년 부산비엔날레와 2008년 광주비엔날레, 2011년 아틀리에 에르메스 전시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지만 본격적인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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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모순을 반영한 아이작 줄리언의 ‘플레이타임’이 플랫폼-엘 지하 2층 라이브홀의 7개 초대형 스크린에 설치돼 있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모순을 반영한 아이작 줄리언의 ‘플레이타임’이 플랫폼-엘 지하 2층 라이브홀의 7개 초대형 스크린에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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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도시에 취업 이주한 필리핀 가정부의 삶마저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장면.
자본은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도시에 취업 이주한 필리핀 가정부의 삶마저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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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줄리언 설치작가
아이작 줄리언 설치작가
●영화·현대미술 사이 독보적 위상 구축

런던에서 태어나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수학한 줄리언은 탈식민주의, 글로벌 자본주의, 이산과 이주, 인종 및 성적 소수자의 정체성 등을 소재로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표제를 이루는 대표작 ‘플레이타임’(2014) 외에 ‘자본론’(2013), ‘레오파드’(2007)의 세 작품이 소개된다.

총러닝타임 67분의 7채널 영상 설치 작품 ‘플레이타임’은 프랑스 영화감독 자크 타티가 1967년 연출한 동명의 영화에서 차용해 온 것으로 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그늘을 보여준다. 런던의 헤지펀드 매니저, 은행의 탈규제 때문에 변화된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부동산 개발업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두바이의 필리핀 출신 가정부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미술작품 경매사 시몬 드 퓌리가 직접 출연하고 그와 인터뷰를 하는 리포터로 영화배우 장만위가 출연한다. 줄리언은 타티의 영화를 비롯해 기존 영화사 속의 다양한 장면들과 촬영기법들을 인용하면서 에피소드들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로 ‘자본’을 설정하고 있다.

●“작품 속 모든 코드들에 자본의 힘 투영”

개인전 오픈에 맞춰 한국을 찾은 작가는 “자본은 우리 인생을 지배하는 수학적 알고리즘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 복잡한 체계 아래서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여러 의미와 자본주의의 복잡한 체계 그 자체를 다층적으로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이상 자본을 만드는 데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자본은 우리의 삶 속, 심지어 세 아이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집을 떠나 온 필리핀 출신의 가정부가 처한 상황까지도 자본과 연관돼 있다”면서 “자본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작품 속의 모든 코드들이 자본이 이 세상을 구축하는 방식을 투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7-02-2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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