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이봉련이 독립영화 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이유

‘런 온’ 이봉련이 독립영화 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이유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1-02-06 10:00
업데이트 2021-0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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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 이름 보며 수고 잊지 말자 다짐”
16년차 연극 배우…봉준호 감독도 주목
매년 5~6편 소화 “자연스러움이 매력”
16년차 배우로 꾸준히 달려온 이봉련은 “가끔 동력이 사그라들 땐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좋은 작품을 찾아보면서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16년차 배우로 꾸준히 달려온 이봉련은 “가끔 동력이 사그라들 땐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좋은 작품을 찾아보면서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친근하지만 새롭고,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의 비결은 무엇일까. ‘신스틸러’라는 수식이 딱 맞는 이봉련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꾸밈없는 자연스러움 덕분에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로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다”며 “생경함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tvN 드라마 ‘런 온’의 ‘걸크러시’ 선배, 넷플릭스 ‘스위트홈’의 아이를 잃은 엄마, 영화 ‘세자매’의 슈퍼 아줌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총무부 미스김까지. 원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인 듯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그는 2005년 뮤지컬로 데뷔해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른 16년차 베테랑이다. 영화와 연극, 드라마를 합쳐 매년 5~6개 작품에 참여중인 그의 필모그래피는 뮤지컬 ‘빨래’(2008)부터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 영화 ‘82년생 김지영’(2019), ‘버닝’(2018), ‘옥자’(2018)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옥자’의 봉준호 감독은 그를 가장 주목하는 연극배우로 꼽기도 했다.

드라마 ‘런 온’에서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준 신세경에 대해 이봉련은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다”고 했다. tvN 제공
드라마 ‘런 온’에서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준 신세경에 대해 이봉련은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다”고 했다. tvN 제공
지난 4일 종영한 ‘런 온’과 지난해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은 그를 더 널리 알렸다. ‘스위트홈’에서는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니다 태아 괴물로 변화하는 임명숙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고, ‘런 온’에서는 오미주(신세경 분)의 조력자 박매이로 톡톡튀는 ‘케미’를 선보였다. 그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시청자분들이 매이 언니를 부르며 다가오셨을텐데 아쉽다”면서 “가장 비중이 컸던 드라마로 대구에 계신 어머니와 가족들도 반가워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독립영화 수입사 대표인 매이에게 공감한 지점이 많았다고 했다. 영화에서 수많은 조연과 단역을 거쳐왔고, 연극을 토양으로 삼고 있어서다. 평소 영화 크레딧을 끝까지 다 본다는 이봉련은 이번 역할을 맡기 전 독립 영화 스태프들의 이름을 주의깊게 살펴봤다. “제 이름도 배우들 끝부분에 나왔었고, 같이 작업했던 스태프들 이름은 찾으려고 늘 끝까지 봐요. 이번에 발견한 건 오미주 같은 번역가 이름이 제일 끝에 나온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스태프들, 영화에 참여하는 누군가의 수고를 잊지 말자는 생각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됐어요.”
‘스위트홈’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닌 엄마 역을 맡았던 모습. 넷플릭스 제공
‘스위트홈’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닌 엄마 역을 맡았던 모습. 넷플릭스 제공
그는 “독립 영화와 극단 생활은 비슷하다. 절실함과 고군분투가 공존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서 오히려 가슴이 더 뜨거워진다”고 자부심과 열정을 드러냈다.

오미주에게 든든한 매이가 있다면, 그에게는 선배이자 좋은 동료 배우인 남편 이규회가 기둥이다. 그가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 할 때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집착을 버리게 도와준 사람”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햄릿을 맡았던 국립극단의 ‘햄릿’이 코로나19로 취소돼 너무 아쉽다는 그는 오는 3월 극단 골목길의 연극 ‘코스모스:여명의 하코다테’로 돌아온다. “무대에서 먼저 찾아 뵙고 하반기에도 좋은 작품으로 늘 해오던 필모그래피의 수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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