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종착역에 서도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걸까

결혼이라는 종착역에 서도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걸까

입력 2010-11-13 00:00
수정 201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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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달콤한 작은 거짓말’

연애의 종착역인 결혼. 마침내 그 역에 다다르면 외로움과는 작별하게 되는 것일까.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46) 신작 소설 ‘달콤한 작은 거짓말’(소담출판사 펴냄)은 우리가 잘 아는 것 같아서 더 외면하고 싶은 결혼이라는 현실의 쓸쓸한 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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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 베어 작가인 루리코는 남편 사토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자신의 일과를 하나하나 보고한다. 사토시 역시 그녀에게 무엇이든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시시콜콜한 일들을 전하지만, 둘은 전혀 대화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사토시와 둘이 꼭 붙어 지낼 수 없다면, 독소를 품고 있는 감자 싹의 솔라닌으로 요리를 만들어 동반 자살하겠다고 다짐해온 루리코. 그러던 어느 날, 루리코는 남편이 아닌 남자 하루오와 연애를 시작하고, 사토시 역시 대학 후배 시호와 사적인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찾으면서도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 루리코는 하루오의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봐 서둘러 그곳을 떠나고, 사토시는 시호가 있어 루리코의 섬세함을 지킬 수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비밀이 있어 일이 잘 굴러간다고 생각하고, 이미 서로에게 헤아릴 수 없는 거짓말을 해 버린 두 사람. 이들은 “중요한 건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어딜 나가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달콤한 작은 거짓말’은 ‘빨간 장화’에 이은 에쿠니의 결혼에 관한 연작 장편 소설이다. 그녀의 전작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던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라는 전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전반적으로 관조적인 어조를 유지하지만 그 속에 묘한 광기가 어우러져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루리코의 대사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콕 찍어내며 소리 없는 여운을 남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0-11-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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