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배하는 불안 당신만의 책임일까요?

마음을 지배하는 불안 당신만의 책임일까요?

입력 2010-12-04 00:00
수정 201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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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증폭사회 】김태형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998년 외환 위기는 한국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직장에서 쫓겨난 가장들은 거리를 배회했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한 극빈층의 자살도 줄을 이었다. 무엇보다 평생 직장에 대한 신화가 깨지고, 무자비한 약육강식의 본색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실에 대한 절망과 공포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불안증폭사회’(김태형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가 한국인에게 남긴 정신적 외상에 관한 보고서다. 1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모범사례로 꼽히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비율, 이혼율, 자살률, 사교육비 비중 1위라는 달갑지 않은 지표들이 말해주듯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협당하며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한국인의 마음을 지배하는 불안과 공포의 일차적 책임이 사회에 있다고 보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9가지 심리 코드를 분석해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신자유주의가 확산시킨 무차별적인 이기심을 불안 심리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승자 독식을 강요하는 사회는 대인 불신감과 사회 불신감을 증폭시켜 개인과 사회를 모두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 고독, 무력감, 의존심 등의 심리를 부추기는 온갖 사회적 병폐들도 마음의 병을 깊게 하는 요인들이다. 저자는 분에 넘치는 명품 모방 소비, 하급 계층이 부유층을 대변하는 부자 정당을 지지하는 계급배반 투표 같은 한국인 특유의 심리 코드를 신랄하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불안과 공포에 질식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남으려면 삶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핵심적인 대안은 공동체를 재건하는 것이다. 개개인이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기보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고민하고, 힘을 모아 공동체를 조직할 때 우리 사회는 역주행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1만 3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10-1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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