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비우면 똑똑해지고, 생각 버리면 채워져”

“머리 비우면 똑똑해지고, 생각 버리면 채워져”

입력 2013-01-05 00:00
수정 2013-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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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려라】 신동원 지음/센추리원 펴냄

현대인들은 아웃 사이더가 되길 원치 않으며 늘상 비웃음과 창피함, 평가·평판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산다. 그 ‘소외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소통과 정보에 집착한다. 스마트폰 이용자 중 60% 이상이 하루 평균 30회 이상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최소 6분에 한 번 꼴로 휴대전화를 접속하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휴대전화 과다 접속에 수반되는 뇌의 자극을 우려한다.

‘멍 때려라’(신동원 지음, 센추리원 펴냄)는 인간관계의 원초적 요건인 접촉보다 접속에 의존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뇌의 휴식’을 상기시킨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가 쏟아내는 정보 탓에 1분 1초를 제대로 쉬지 못하는 뇌를 위해, 책 제목 그대로 ‘멍 때리는’ 시간을 만들어 즐기라고 권한다.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원칙은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은 버릴수록 채워진다’는 것이다. 그 ‘머리 비우기’의 이론은 명쾌하다. 인간의 뇌는 휴식을 취할 때 내측 측두엽과 내측 전두엽, 후측 대상 피질 등 이른바 DMN으로 불리는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뇌가 휴식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숙고의 시간을 갖고, 이때 불필요한 정보를 과감하게 삭제해 새 생각을 채울 여백을 만든다는 것이다. 뇌가 주입된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고 처리하기도 전에 쉼 없이 들어오는 정보가 바로 사람의 판단과 선택을 흐리게 하고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컴퓨터가 과부하에 걸리면 다운되듯, 끊임없이 오감을 자극하는 단순한 정보야말로 뇌를 바보로 만들어가는 원인이다. 그래서 그 반대로 뇌가 휴식하는 ‘멍 때리는’ 시간에 중대한 발견과 전환의 역사를 이룬 사례들이 설득력 있게 소개된다. 사과나무 아래 멍하니 있다가 만유인력의 실마리를 알아챈 뉴턴, 목욕탕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던 중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산책과 대화를 통해 머리 비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독일 철학자 칸트며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 음악가 베토벤….

그러면 그 ‘멍 때리는’ 머리 비움의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생각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머리가 무겁거나 멍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단 1, 2분이라도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걸을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해 뇌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찌 보면 불교의 ‘무념무상’과도 맥이 닿아 있는 듯한 저자의 주장은 단순한 뇌 휴식을 넘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접촉의 확대로 뻗쳐 흥미롭다.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매혹적인 생각, 치명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인생을 바꾼 만남은 언제나 모니터 밖의 세상에서 창조됐으니 지금 당장 당신에게 멍 때림을 허락하라.” 1만 4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01-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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