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후드- 세상 모든 날것들의 성장기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캐스린 바워스 지음
김은지 옮김/쌤앤파커스/448쪽/2만 2000원
새끼서 성체 되는 ‘와일드 후드’
지구의 모든 동물이 겪는 경험
안전·협상·욕구 제어·자립 배워
진정한 어른이 되는 법 깨달아
성숙해지기 전에 겪는 사춘기 ‘와일드후드’가 되면 아동기 때와 달리 반항심, 자만심, 감수성이 커지면서 자녀와 부모의 갈등도 증폭된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초파리부터 코끼리, 상어까지 사실상 모든 동물이 어른이 되기 위해 거치는 통과의례다.
펙셀스 제공
펙셀스 제공
사춘기 시절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은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이라는 독일어다. 한국어로 바꾸면 바로 ‘질풍노도’.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중간인, 주변인으로 여러 측면에서 맞닥뜨리는 좌절과 불만이 극단적인 사고와 감정으로 표출되는 사춘기 시절을 빗댄 말이다. 요즘은 ‘중2병’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 중학교 2학년을 전후로 사춘기 특유의 감수성, 상상력, 반항심, 자만감 등이 최고조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경정신전문의나 심리학자들은 ‘남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라’, ‘하숙생이라고 생각하라’는 식의 대응책을 제시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성숙해지기 전에 겪는 사춘기 ‘와일드후드’가 되면 아동기 때와 달리 반항심, 자만심, 감수성이 커지면서 자녀와 부모의 갈등도 증폭된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초파리부터 코끼리, 상어까지 사실상 모든 동물이 어른이 되기 위해 거치는 통과의례다.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 제공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 제공
이 책은 지구상 모든 동물이 새끼에서 성체가 되는 특정 시기이자 그때 공통으로 겪는 경험을 ‘와일드후드’(wildhood)라고 정의한다.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 중2병이라는 와일드후드는 초파리의 경우 단 며칠 만에 끝나지만 400~500년을 사는 그린란드상어는 150살에 시작해 200살에 마무리된다고 한다. 사춘기가 무려 50년이라니 그린란드상어가 아닌 것을 감사히 생각해야 될 상황이다.
모든 부모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이런 이야기를 쓴 저자는 심장전문의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생태학·진화생물학과 교수인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와 과학 전문기자인 캐스린 바워스다. 모든 동물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장’이라는 과정을 최신 연구 결과들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었던 이유도 저자들의 이런 배경 덕분이다.
와일드후드는 인간은 물론 고양이부터 백상아리까지 지구상 모든 동물이 거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청소년 동물들도 사람들처럼 일부러 포식자들이 득실대는 곳에 자신을 노출하고 부모의 보호를 거부하고 주변에 일 없이 싸움을 걸어 댄다고 한다. 생존이나 안전을 무시하고 위험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다.
사춘기 자녀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도 ‘등짝 스매싱’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부모들은 참으시라. 와일드후드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진짜’ 어른이 될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든가 ‘어디 멀리 보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부모가 된 이상 사춘기 자녀의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으니 애초에 포기하라고 조용히 등을 두드린다.
2023-05-19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