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소리로 가득 찬 세상, 인류 종말 시계 앞당긴다 [주말엔 책]

사람의 소리로 가득 찬 세상, 인류 종말 시계 앞당긴다 [주말엔 책]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10-05 09:55
업데이트 2023-10-07 17: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신작
‘음악’은 인류 등장 이전부터 존재 주장

이미지 확대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노승영 옮김/에이도스/608쪽/3만 3000원

한여름 도시의 아파트 숲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 가을의 시작과 함께 집 근처 어디선가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는 무시되거나 신경을 거스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렇지만 밤하늘 우유를 쏟아부은 듯 별빛 가득한 어느 시골에서 듣는 매미나 풀벌레 소리는 마음을 한없이 편하게 만든다.

저자는 45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고 40억 년 전 생명체가 나타난 뒤 ‘소리’의 등장이야말로 생물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자 경이로움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또 인간 고유의 것으로 알려진 음악에 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인간의 음악과 생물체의 소리가 차이가 없다고도 말한다. 음악이 질서 있고 반복적 요소를 이용해서 한 존재가 다른 존재와 소리로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음악은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전인 이미 3억년 전 곤충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소리와 관련해 이렇게 파격적인 주장을 다양한 과학적 근거와 연결해 독자들을 흡입력 있게 끌어들이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미지 확대
40억년 전 소리의 등장이야말로 생물 진화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언스플래쉬 제공
40억년 전 소리의 등장이야말로 생물 진화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언스플래쉬 제공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박사다. 두꺼운 분량에 다양한 과학 지식까지 버무려 있어 한 번에 휘리릭 읽어내기 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 번 책을 펼치면 다시 덮기가 쉽지 않다. 전작인 ‘숲에서 우주를 보다’, ‘나무의 노래’로 ‘과학계의 계관시인’, ‘미국 최고의 자연 작가’라는 찬사를 받게 된 이유를 이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스컬 박사는 소리를 내고 듣는 것은 창조 행위 그 자체이며, 우주의 생성력이 깃들여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도시뿐만 아니라 숲과 바다, 하늘까지 인간이란 단일 종이 내는 소음이 자연의 소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 확대
코로나19 대확산 기간 사람의 활동이 줄면서 ‘지구적 고요’가 발견됐다. 그동안 지구가 인간이 만들어 낸 소음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영국 옥스포드대 제공
코로나19 대확산 기간 사람의 활동이 줄면서 ‘지구적 고요’가 발견됐다. 그동안 지구가 인간이 만들어 낸 소음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영국 옥스포드대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사람의 이동이 줄고 산업 활동이 감소하면서 지질학자들의 지진파 측정 장비에는 그동안 본 적 없는 ‘지구적 고요’가 발견됐다. 인공적 소음들이 지구의 수많은 목소리를 사라지게 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지구상에서 인류가 사라지는 ‘여섯번째 대멸종’의 순간은 생태계의 다른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져 인간의 목소리만 남는 순간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유용하 기자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