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73> 충북 영동 황간 월류봉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73> 충북 영동 황간 월류봉

입력 2010-07-08 00:00
업데이트 2010-07-0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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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도 절경에 반해 머물다

충북 영동 황간면 초강천(초강) 상류에는 월류봉(月留峯)이란 멋진 이름을 가진 산이 있다. 월류봉을 타고 오른 달이 서편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능선을 따라 강물처럼 흐르듯 사라진다고 한다.

그 모습에 반한 우암 송시열은 이곳에 한천정사를 짓고 아침마다 월류봉 중턱 샘까지 오르내렸다. 그래서 이곳 8개 명소를 한천팔경이라 부르는데, 으뜸은 월류봉이다. 아래에서 지긋이 올려보는 월류봉도 좋지만, 월류봉에 올라 내려다본 모습 또한 일품이다.

월류봉에서 바라본 원촌리 마을은 한반도 모양이 뚜렷해 신기하다. 초강천이 부드럽게 마을을 감싸며 흘러간다.
월류봉에서 바라본 원촌리 마을은 한반도 모양이 뚜렷해 신기하다. 초강천이 부드럽게 마을을 감싸며 흘러간다.
●한천팔경 중 으뜸인 월류봉

월류봉은 원촌리 주차장 앞에서 보는 모습이 가장 멋지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나가는 초강천 뒤로 송곳처럼 우뚝한 봉우리 6개가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맨 왼쪽 봉우리 앞으로 월류정이란 정자가 날아갈 듯 앉아 있는 모습도 근사하다. 기막힌 자리에 화룡점정처럼 앉은 정자 덕분에 월류봉의 모습은 더욱 돋보인다. 이 정자는 예전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2006년에 세운 것이다. 후대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는 가히 돋보이는 역작이다.

한천팔경은 월류봉을 비롯해 화헌악·용연동·산양벽·청학굴·법존암·사군봉·냉천정의 여덟 경치를 말하는데, 대부분 월류봉의 여러 모습을 지칭한 것이다. 화헌악(花軒岳)은 봄에 진달래와 철쭉으로 붉어진 산을, 용연동(龍淵洞)은 월류봉 아래의 깊은 소를, 산양벽(山羊壁)은 월류봉의 깎아지른 절벽을, 청학굴(靑鶴窟)은 월류봉 중턱의 깊은 동굴을 이른 것이다. 월류봉 감상은 대개 주차장 앞에서 산을 올려다보며 감탄하다가 차를 타고 되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월류봉에 오르면 유장하게 흘러가는 초강천과 웅장하게 펼쳐진 백화산 조망이 기막히다. 산행에 앞서 주차장 앞에 세워진 월류봉 등산 안내판을 유심히 봐야 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초강천을 건너 산에 올랐다가 다시 강을 건너 원점회귀한다. 강변으로 내려가자 아저씨 한 분이 다슬기를 잡고 있다.

“많이 잡으셨어요.”

“뭘요, 물살이 세 많이 안 잡혀요?”

그의 바구니 안에는 다슬기가 가득했다.

“돌이 물에 쓸려갔어요. 산에 가려면 신발 벗고 강을 건너오세요.”

징검다리가 물에 쓸려간 흔적이 보인다. 신발을 벗고 발을 물에 담그자 시원한 물살이 발가락을 어루만진다. 물의 촉감이 부드러워 기분이 좋아진다. 이 물을 예전에는 차다고 해서 한천으로 불렀다. 백두대간의 깊은 계곡인 물한계곡에서 내려오는 냇물이다. 강 중간쯤에 이르자 센 물살이 흐르는 곳에 물고기 몇 마리가 힘차게 지느러미를 흔들고 있다. 바닥이 미끄러워 발가락에 힘을 꽉 주고 건너는 맛이 제법 스릴 있다. 강을 건너면 미루나무들이 우뚝한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TV 드라마 ‘해신’을 찍었다. 산행에 앞서 월류정에 오르자 초강천의 유연한 곡선이 보기 좋다. 산길은 미루나무를 지나 백사장을 따라 이어진다. 월류봉 산신을 모신 서낭당을 지나면 길은 산비탈을 부드럽게 타고 돈다. 치솟은 산에 비해 길이 순한 것이 신기하다.

●초강천과 석천이 만나는 풍경

서늘한 공기가 밀려오는 큰 동굴을 지나면 길은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경사로 이어진다. 15분쯤 비지땀을 흘리면 점점 조망이 좋아지면서 5봉에 올라붙는다. 아래에서 보면 월류봉 5개 봉우리 중에서 왼쪽 봉우리인 월류봉(1봉)이 정상으로 보이지만, 위성항법장치(GPS)로 확인한 결과 의외로 5봉이 가장 높았다. 이제 휘파람 불며 봉우리를 타고 넘으면서 느긋하게 조망을 즐기면 된다.

4봉에 이르자 월류정 앞을 스쳐 U자를 그리며 흘러나가는 초강천 모습이 잘 보인다. 역시 강은 높은 곳에서 봐야 제맛이다.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풍경은 조금씩 바뀌고, 1봉에 이르자 기다렸다는 듯 시원한 조망이 열린다. 물한계곡에서 발원해 황간을 적시고 흘러온 초강천과 백화산에서 내려온 석천이 월류봉 앞에서 합류하는 장면이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북쪽으로 주행산과 포성산으로 이어진 백화산맥의 흐름이 웅장하다.

하산은 1봉 오른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르면 곧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는 리본이 붙어 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급경사를 10분쯤 내려서면 길이 순해지고 이어 물소리가 들리면서 초강천에 닿는다. 징검다리에서 탁족을 즐기고,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한천정사와 유허비를 둘러보면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글 사진 진우석 여행전문작가 mtswamp@naver.com

●산길 가이드

원촌리 월류봉 입구에서 5개 봉우리를 모두 돌고 내려오는 데 약 3.5㎞, 넉넉하게 2시간30분쯤 걸린다. 주차장에서 강을 건너고, 내려와 다시 강을 건넌다. 징검다리가 떠내려갔기 때문에 물살이 셀 때는 주의해야 한다. 스포츠 샌들을 가져가면 편리하다.

●가는 길과 맛집

월류봉은 황간면에서 4㎞쯤 떨어져 있다. 자가용은 경부고속도로 황간나들목으로 나오면 월류봉이 지척이다. 영동이나 황간에서 월류봉 가는 버스가 없다. 황간역에서 걸으면 월류봉까지 30분, 택시를 타면 5분도 안 걸린다. 월류봉 앞 한천가든(043-742-5056)은 민물 매운탕을 잘하고, 황간역 앞 동해식당(043-742-4024)은 30년 넘게 올갱이국을 내온 원조집이다. 칼칼한 국물에 수제비를 넣은 것이 특이하다. 올갱이국 5000원.
2010-07-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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