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원 나잇 스탠드

[영화리뷰] 원 나잇 스탠드

입력 2010-04-30 00:00
수정 2010-04-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노골적 노출은 없다… 색다른 에로티시즘

‘원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 제목부터가 야하다. ‘하룻밤의 정사’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니 왠지 에로 영화의 정수를 보여 줄 것 같다. 과감한 노출과 열정적인 정사신이 은근슬쩍 기대된다.
이미지 확대


기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제목과 달리 영화는 ‘노출’과는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야하다. 시각적으로 야하지 않을 뿐 감각적으로 충분히 야하다. 지금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뭔가 다른 차원의 에로티시즘이다.

원나잇 스탠드는 서울독립영화제 최초의 기획제작 작품. 이를 위해 독립영화계에서 알아주는 민용근, 이유림, 장훈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장 감독은 ‘의형제’의 장훈 감독과 동명이인이다. 기획의도는 에로티시즘이다. 왜 한국의 독립영화계에서는 도발적인 작품이 나오지 않는지 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단다. 그래서 겉은 별로 야하지 않지만 속은 진국(?)인 원나잇 스탠드가 탄생됐다.

영화는 총 3편의 단편영화로 구성됐다. 민용근 감독의 첫번째 작품이 시선을 끈다. 주인공은 시각 장애인 청년과 선글라스를 낀 여성. 청년은 한 미모의 여성을 사랑한다. 하지만 속된 말로 변태다. 그 여자가 버린 쓰레기를 뒤지고, 청진기를 현관에 대며 그녀의 사생활을 엿듣는다.

하지만 선글라스를 낀 여성도 스토킹을 하는 이 청년을 스토킹한다. 항상 이 청년을 엿보며 쾌락을 얻는다. 성적으로 변태적인 행동을 보이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하룻밤을 같이 보내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촌철살인 같은 대화는 이 영화의 별미. 변태적인 소재를 따뜻하고 재미있게 이끌어 가는 색다른 에로티시즘이 흥미롭다.

이유림 감독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아내가 사라지고 그 아내가 결혼 전 이상한 존재였음을 깨달아간다는 내용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아내의 숨겨진 욕망을 통해 부부관계에서 신뢰와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결혼’이란 사회적 제도를 에로티시즘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신선하다.

장훈 감독의 세 번째 단편은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 영화배우 권해효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목욕관리사인 주인공이 어느 날 외국인 친구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했다가 질투에 휩싸이지만 정작 친구가 원하는 것은 여자친구가 아닌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동성애를 소재로 이렇게 정치적이지 않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새달 4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4-30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