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진 “여배우의 삶 쉽지 않지만 이젠 마음을 잘 지키죠”

박예진 “여배우의 삶 쉽지 않지만 이젠 마음을 잘 지키죠”

입력 2011-05-27 00:00
업데이트 2011-05-2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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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영화 ‘헤드’ 주연 열혈 기자로 변신

달콤 살벌한 여배우 박예진(30)이 열혈 기자로 변신했다. 26일 개봉한 영화 ‘헤드’(작은 사진)를 통해서다. 그녀는 자살한 천재 의학자의 머리가 없어진 사건의 배후를 쫓는 홍주 역을 맡아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20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박예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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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드’에서 열혈 기자로 변신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박예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영화 ‘헤드’에서 열혈 기자로 변신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박예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청담보살’ 이후 1년 반 만의 컴백작인데.

-소재가 독특했고, 무엇보다 여배우 혼자 축이 돼서 극을 끌고 가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캐릭터도 나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홍주는 외적으로는 딱 부러져 보이는 스타일이지만 허점이 많고, 저 역시 겉으로는 ‘차도녀’(차갑고 도도한 여자)의 이미지지만 내적으로는 털털하고 거친 면이 많다.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패떴’)를 통해 얻은 달콤 살벌한 이미지가 캐스팅에 도움이 된 것 같다.

-‘패떴’에서는 평소 친구들과 즐겁게 놀 때 나오는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실제는 감정 변화도 많고 기복이 심한 편이다. 데뷔가 빨라 나이보다 성숙하게 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예능을 통해 제 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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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트에 높은 구두를 신고 펼치는 일명 ‘하이힐 액션’이 화제다.

-과격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촬영 내내 치마 안에 쫄바지를 입고 연기했다. 보통의 액션 연기는 배우들끼리 정교하게 짜인 합을 주고받지만, 제 경우는 넘어지고 구르는 ‘막액션’이었다. 그래서 좀 우스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차를 운전하는 장면을 빼고는 대역을 쓰지 않았다.

→장기 밀매 조직의 배후를 둘러싸고 백정(백윤식)과의 추격전이 많은데, 기존 추격 액션 영화와의 차이점은.

-그동안 남녀 대결 구도의 영화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상당히 긴박하게 돌아가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숨 쉴 틈 있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살아 있다. 연기를 하면서 암암리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깊숙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저의 인간미 있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웃음).

→사회의 불의를 참지 못하는 열혈 기자를 연기한 소감은.

-저 역시 다혈질적인 면이 있고, 경우에 어긋나거나 잘못된 일이 있으면 의사를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홍주가 극 중에서 사회에 양분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절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정을 받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참아야 하는 부분이 와닿았다. 배우도 보여지고 평가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인정을 받을수록 책임감과 부담감이 더 커진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했으니 벌써 배우 생활 11년째다.

-10년 넘게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회의를 느껴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다. 그만큼 오래 버티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일을 하신 선배님들을 존경한다. 다만, 10년이 넘으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연기를 잘하는 선배님들이 여전히 어렵다고 하실 때마다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웃음).

→올해 방송된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를 비롯해 유독 차갑고 똑 부러지는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불만은 없나.

-아무래도 센 역할이 깊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한두 번이라도 훨씬 더 많이 한 것처럼 느끼시는 것 같다. 하지만 배우로서 한 가지 이미지가 각인되면 배역 제안이 폭넓게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여배우 원톱 주연 영화가 워낙 오랜만이라 부담도 클 것 같은데.

-그동안 충무로에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드물었고, 흥행에 부진했기 때문에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는 처음인데, 영화의 성패를 떠나서 제 배우 인생의 큰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서른 살의 여배우로서 어떤 생각이 드나.

-모든 사회생활이 힘들지만, 배우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것 이상으로 칭찬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실수를 하거나 가슴 아픈 일을 당하면 공개적으로 마녀사냥을 당할 수도 있다. 외모나 개인적인 일에 대한 평가도 받아야 한다. 저도 데뷔 초에는 감정 통제가 되지 않아 애먹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음을 잘 지키는 편이다.

→동료 배우 박희순과의 열애가 화제를 모았는데, 연기에 도움을 많이 주나.

-잘 도와주는 편이다. 연기에 대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킨다. 그것과는 별개로 결혼에 대한 꿈이나 환상은 없는 편이다. 현실적으로 책임질 몫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결혼으로 내 인생이 무조건 밝게 빛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박예진은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줄 알고, 실속이 있는 배우다. 그녀는 톱스타나 대표작에 대한 욕심보다는 작품 안에서 제 몫을 잘 해내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를 2% 부족하지만, 아직까지 보여준 것이 많지 않아서 변화의 폭이 넓은 연기자라고 생각한다는 박예진. 그녀의 숨겨진 매력이 맘껏 발휘되는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1-05-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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